가업상속공제, '부의 대물림' 악용 우려에 대상·한도 확대 제외…업계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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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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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11일 발표한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두고 업계는 대체로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핵심으로 꼽히는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등은 개편안에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만큼 향후 여야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 추가·수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정이 내놓은 개편안은 '사후관리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 준수해야 할 사후관리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그러나 업계와 야당, 여당 일각에서도 제기된 '대상 확대'는 결국 포함되지 않았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인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을 5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정부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가업상속공제가 특정 집단을 위한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상속세를 내는 비율은 (사망자의) 3% 정도다. 일반 개인, 중산층 이하는 상속세 부담이 거의 없다”면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매출액 기준 등에서 대폭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라는 지적을 고려해 일정 부분 완화하면서 경영책임도 확대하는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많은 기업의 안정적 승계 지원에 필수인 공제 대상, 한도 확대가 전적으로 외면된 것은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하는 맹목적 반기업 정서에 흔들린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규모에 의한 차별'이라는 고질적 비합리성을 재확인했다”면서 “당정청 협의회와 국회 입법 과정에서 공제대상 확대, 한도 상향을 적극 재검토해달라”고 밝혔다.

개편안은 상속증여세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미 국회에는 매출액 기준을 5000억~1조원까지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중소기업계는 개편안을 환영하면서도 고용, 자산유지 의무 부문 등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용에선 독일 사례처럼 급여총액을 유지하는 방식을 도입해 중소기업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줄 필요가 있다”면서 “중소기업계는 계획적 승계를 위한 '사전증여' 중요성을 주장하지만 이를 위한 가업 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활성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편안이 실망스럽다고 평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요구했다.

경총은 입장문에서 “기업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기업승계를 추진하려는 기업이 규제 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주주 할증도 있어 사실상 세계 최상위권이고 공제요건이 경쟁국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기업인이 기업승계를 포기하고 매각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