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리가 없다

[기자수첩]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리가 없다

모르는 사람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친구 신청이 들어온다. 대부분 얼굴도 몸매도 예쁘다. 실제 옆에 서서 '안녕 난 네 친구가 되고 싶어'라고 말을 건네 온다면 웃으며 따라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친구 신청은 받지 않는다. 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어올 때는 '도를 아느냐'고 물어오거나 범죄와 연관돼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낚시꾼이다. 예전에는 성인 광고가 목적이었다. 최근에는 피싱을 위해 접근한다. 일거리를 준다거나 영상 데이트를 하자면서 꼬드긴다. 한 달에 1000만원은 벌 수 있다고 유혹한다.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부터가 정상 업체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나도 가끔 거울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랄 때가 있다.

어쨌거나 이들 낚시꾼은 독자 개발한 매칭시스템으로 일거리를 알선한다고 접근한다. 그리고 계약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어 보증금, 수수료 선지급, 소개비를 달라고 한다. 조선족일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한국말이 능숙하다. 물론 다 거짓말이다.

영상통화를 하자고 접근하는 이들은 이른바 '몸캠'이라고 부르는 범죄 조직의 일원이다. 음란 행위를 유도하고 영상을 유포한다며 돈을 요구한다.

도용 사진이겠지만 왜 이런 예쁜 사람이 친구 신청을 계속할까 궁금해서 시작한 취재다. 몸캠 유도 여성이나 '사모님'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기사를 쓸 수 없었다. 속칭 '야마'(주제)가 나오지 않았다. 입법·행정·사법 차원에서 문제 삼을 만한 것이 새롭지 않았다. 인터넷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로서는 시간 낭비였다.

기자를 하면 좋은 것 가운데 하나가 업계 발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소를 알리고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기사가 나가면 십중팔구 정부나 국회에서 연락이 온다. 업계에서도 관심을 두고 바꿔 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에 SNS 건처럼 취재는 했지만 쓰지 못하는 기사는 경험으로만 남는다. 나 혼자 문제 제기의 필요성이 있다고 착각하는 사례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하나는 건졌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어 다행이다. 예쁜 여자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 리가 없다는 것을….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