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은행 오픈뱅킹, 타행서 타행으로 이체 '제한'

우리·KEB하나은행 오픈뱅킹 서비스에서 타행계좌에서 타행계좌로 송금이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뱅킹 하에서 일부 은행에서 발생한 송금 오류와 자금세탁방지 부분에 대한 정확한 해결책이 없어서다. 정부가 무리하게 서비스 개시 일정을 잡았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픈뱅킹 대국민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우리은행(우리WON뱅킹), 하나은행(하나원큐)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타행계좌에서 타행계좌로 송금이 불가하다.

오픈 뱅킹은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돈을 조회·이체할 수 있는 개방형 금융결제 서비스다. 금융사 간 타행으로의 조회·이체 칸막이가 사라지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하나은행 오픈뱅킹, 타행서 타행으로 이체 '제한'

예컨대, A은행의 오픈뱅킹 앱을 통해 B은행에서 C은행으로 돈을 이체가 가능한 것이 오픈뱅킹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하나은행 앱을 통해 B은행에서 자사 은행인 우리·하나은행으로만 이체가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송금 오류나 자금세탁방지 부분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타행에서 바로 타행으로 가는 서비스는 현재 계획이 없다”면서 “타행에서 타행으로 바로 보낼 시 금융당국에서 요청하고 있는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자금세탁방지 이슈, 착오송금 반환 및 송금 오류 발생 시 정정 프로세스 등이 현재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에선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달 30일 이후 크고 작은 잡음이 흘러나온다. 타행에서 타행으로 이체 시 출금과 입금 내역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일부 금융사는 오픈뱅킹을 통한 불분명한 자금 출처 논란도 우려하고 있다. A은행 오픈뱅킹 앱을 통해 B은행에서 C은행으로 돈을 이체하면, B은행 통장엔 'A은행 오픈뱅킹'으로 뜬다.

하나은행은 이런 우려로 서비스를 제한했지만, 곧 타행에서 타행으로 이체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우리·하나은행 오픈뱅킹, 타행서 타행으로 이체 '제한'

하나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오류를 잡고 (타행에서 타행 이체를) 오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지금 막판 작업중”이라며 “이른 시일 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픈뱅킹 서비스는 정부가 주도한 대표적 금융혁신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10개 시중은행 모바일 앱에서 조회·이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형 시중은행인 우리·하나은행에서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하나은행에서 서비스 일부가 제한되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 “12월 정식 서비스까지 미비한 점들을 각 금융사가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오픈뱅킹 서비스 개시 시점이 업계 준비 상황보다 성급했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권 IT부문 관계자는 “(타행에서 타행으로 이체) 기술은 구현하기 어렵지 않지만 은행들은 송금오류나 자금세탁 문제를 막판까지 우려하고 있다”며 “우려에도 대대적으로 서비스가 시작한 것은 실적에 대한 정부 부담감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