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듣는다]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회와 기업이 선호하는 대학"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서울과학기술대 총장 취임 이전부터 구성원들에게 함께 가는 대학, 품격있는 대학, 여유로운 대학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서울시 노원구 서울과기대 본관에서 만난 이동훈 총장은 취임 후 1년 2개월여를 돌아보며 당시에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함께 가는 대학, 품격 있는 대학, 여유로운 대학이라는 키워드는 교수와 교직원 모두에게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었다.

2010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서울산업대에서 서울과기대로 교명을 바꾸고 2012년부터 일반대로 전환했다. 이 총장은 “일반대로 전환하면서 8년 동안 학교가 압축성장했다”며 “구성원의 피로감을 감안해 대학의 높아진 위상에 맞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구성원 역량 강화는 학생, 학부모, 기업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진다. 이 총장은 새로운 산업 변화에 맞춰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학생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학부모가 신뢰하는 대학, 기업이 좋아하는 대학이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과기대는 올해 신입생부터 졸업자격인증제를 강화한다. 졸업 요건을 다양화한 것으로 1학년부터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 준비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 총장은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서울과기대가 나를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들어줬다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장으로부터 대학혁신, 산학협력, 인재양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김원석 정치정책부장

-취임 후 지난 1년 2개월 동안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서울과기대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와 기업이 선호하는 대학'이다. 수요자 중심 교육과 연구를 통한 '실사구시' 실용인재 양성을 위해 국립대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다. 실용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선 포닥연구교수를 활성화했다. 서울과기대 특성에 맞는 창의성을 갖춘 우수한 포닥을 대거 발굴 유치하고 있다. 박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 외국인을 포함한 우수한 신진 연구 인력을 선발해 연구 전담 초빙교원 직위를 부여한다. 고정급여와 인건비도 지원한다. 이렇게 채용한 인재들을 통해 연구실적 및 산학협력의 획기적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10여명을 채용했고 향후 40명을 추가 충원할 예정이다.

또 대학 연구개발(R&D) 역량 향상과 효율적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점 분야별로 전문화된 핵심연구소를 지원하는 '차세대 선도연구소' 사업을 신설했다. 대학 특성화 방향에 부합하는 연구 활동을 활성화하고 대외 경쟁력을 갖춘 연구소로 육성한다.

현재 이러한 사업들은 시작 단계다. 향후 1~2년 후 대학이 보유한 인력·인프라·기술을 활용한 산학연협력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구조 산학연협력 기반을 구축할 것이다.

창업분야 결과도 자랑할만하다. 2020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학생창업가 육성 실적에서 전국 국립대학 중 1위에 올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대학은 초·중·고등학교와는 다른 차원의 대비를 해야 한다. 원격교육 환경에 따른 교육형식과 내용에서 변화뿐만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 인재 양성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대학교육과 초중고 교육의 본질적 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세계는 이전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삶과 일에 대한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경제구조와 생활양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이미 시작된 비대면 경제 영역 확장도 보다 빨라질 것이다. 대학교육도 변화 물결을 피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에 따라 인공지능(AI)의 일상화와 전문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서울과기대는 비전공자를 위한 AI 교과목을 개발하고 디스커버리 학기를 포함해 봄·여름·가을 관련 교과목을 개설한다.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인공지능응용학과를 개설했으며 복수전공, 심화전공으로 다른 분야 전공과 결합한 인재를 양성한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인공지능 인재양성 현황과 투자 계획은.

▲취임하자마자 인공지능응용학과를 만들었다. AI를 위한 학과가 아니라 AI를 핵심기술로 배워서 응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운다. 60명이 학과 정원인데 필수적으로 복수전공을 해야한다. 1·2학년 때는 전공과목을 배우고 3·4학년 때에는 이공계는 물론이고 경영, 디자인, 법학 등 본인이 진출해야 하는 분야 전문지식을 쌓아야 한다.

인공지능응용학과를 만드는데 구성원과 토론이 잘 이뤄졌다. 학과장도 공개 모집했다.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 전원에게 대학원까지 포함하면 최대 9년간 전액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파격적 장학금을 제공하는 것도 구성원 동의가 있었다. 3·4학년에 어느 학과에 갈지 모르기 때문에 인공지능응용학과는 모두의 학과다.

특히 인공지능응용학과에서 세계 유수 대학과 복수학위협정을 맺고 국제적 교육과 공동 연구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학생 취업 및 산업 경험을 높이기 위해 작년에 출범한 클라우드 원팀에 가입하고 KT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같은 전문 연구기관과 협력해 학생들이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과기대 산학협력 현황을 소개해 달라.

▲서울과기대는 기업, 공공기관, 연구소, 협회 등 2000여개 기관 및 산업체와 산학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미래건설융복합재료 등 78개 산학협의회를 구성, 다양한 협력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기반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홍릉포럼'에 참여한다. 최근에는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 지정을 받아 협력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그린캠퍼스 전환과 연구개발(R&D) 및 기술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과기대는 대학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술혁신을 산학협력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기술사업화 전담 조직과 기술지주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학내에 테크노큐브(22개), 서울테크노파크(58개), 창업보육센터(32개) 등 산학협력 공간을 확보해 112개 기업이 입주했다.

대표적으로 테크노큐브는 대학 내 기업 중심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산학협력 전용 공간이다.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원천 기술 응용, 유능한 인력 확보 등 캠퍼스 내에서 대학과 기업의 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학생 취업, 창업 등 미래 진로를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고 들었다.

▲2020년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서울과기대는 학생창업가 육성 실적에서 서울권 대학 중 3위, 전국 국립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에선 학생 발굴(Seeding), 사업화(growing), 성장(Blooming) 3단계로 나눠 창업자 발굴부터 창업 교육, 창업 준비와 창업 사업화 지원 및 성장 촉진까지 창업 전 주기를 지원한다.

3월 개소되는 창조융합동 1~3층은 2162㎡ 규모로 1인 미디어 스튜디오, 일렉랩, 3D프린터실, 창업동아리 공간, 메이커 워크룸, 디자인 싱킹룸 등으로 구성됐다. 창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인프라다. 학생들을 진정한 기업가로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서울과기대는 학생 취·창업 지원을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작년 1월 인재개발원에서 취업본부로 조직 개편해 취업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1월에 취·창업 관련 업무를 공간적·기능적으로 통합했다. 학생 취업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총장을 단장으로 한 '대학 일자리지원단'을 신설했다.

교직원들도 취·창업 전문가 역량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작년 11월 진로지도사 1급 자격증에 도전해 178명이 취득했다. 서울과기대 취업본부에선 본부장을 비롯한 부서원 모두가 직업상담사(3명), 창업지도사(1명), 진로지도사(22명), NCS직업교육지도사(8명) 등 취·창업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이동훈 서울과기대 총장,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코로나 취업한파' 걱정은 없는가.

▲서울과기대는 올해부터 융합 교육을 통한 인재 배출을 위해 '졸업자격인증제'를 시행한다.

현장실습, 교환학생, 외국어 성적, 공모전, 창업, 학술지 게재 등을 점수화해서 총점 700점 이상 취득해야 한다. 어차피 취업을 위해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인데, 이를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서울과기대는 1학기 개강 시기를 기존의 3월에서 2월 20일 정도로 당기고 2학기 개강일은 좀 늦출 방침이다.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면 이 기간에 여러 가지 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학생들이 졸업자격을 인증받아서 사회에 나가면 서울과기대 출신이기에 인정받는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현장실습 프로그램 강화'와 비교과 취업프로그램을 통한 '직무역량 강화'에도 힘쓸 것이다. 장기현장실습(Co-op) 프로그램은 기업과 재학생에게 수요와 관심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올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나.

▲서울과기대는 개교 111주년을 맞아 '학부모 교육참여제'를 시행한다. 학부모 참여형 대학교육이라는 교육혁신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한다.

학부모 교육참여제는 대학 주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학부모 의견 청취 및 정책참여 활성화 등을 통해 학부모를 대학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대학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우선 기존 재학생 포털을 모바일 환경에도 적합한 수요자 중심 반응형으로 개편한다. 주제별 메뉴 업그레이드 및 재구성을 통해 학생 및 대학 주요 정보를 학부모에 제공한다.

학부모는 별도의 아이디·패스워드 제공을 통해 카카오톡 송수신 및 문자 수발신, 이메일 등 대학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학사, 장학,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 대학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학부모 교육참여제를 통한 충실한 정보 제공으로 학생 만족도 및 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동훈 총장은...

서울과기대 모교 출신 1호 총장이다. 서울과기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숭실대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서울과기대에 부임해 서울과기대 창업보육센터소장, 산학협력단장, LINC사업단장, 연구산학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다. 전국대학교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부회장, 서울테크노파크 이사, 한국도시철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9년 11월 22일 서울과기대 제12대 총장에 취임, 4년간 대학을 이끈다.

정리=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