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시장, 해외발 퍼펙트 스톰 온다

외국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의 잇따른 진입으로 국내 시장이 해외 기업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를 외국계 기업이 주도하고, 아마존·알리바바 등 해외 전자상거래 기업이 부쩍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해외 직구 열풍으로 국내 전자상거래가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도는 이유다.

◇전자상거래 거인의 진격

이베이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이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70% 가까이 점유한 가운데,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국내 진출을 타진 중이다.

아마존은 국내 기업 인수설과 인력 채용설, 물류업체 계약설 등이 꾸준히 나돌며 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77조원 매출에 방대한 상품군과 정교한 고객 데이터 분석 능력, 드론 배송과 ‘아마존 대시’ 등 혁신 역량을 앞세운 아마존의 등장에 업계는 긴장한다.

매출 170조원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역시 국내 드라마에 제작 협찬을 하고 자사 오픈마켓 타오바오를 극중 노출시키는 등 보폭을 넓힌다. 중국 내 한류 팬을 겨냥한 행보지만 자연스럽게 국내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모바일 게임 등 콘텐츠 소싱에도 적극적이다.

아마존과 타오바오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쇼핑몰 유치에도 힘을 쏟는다. 아마존은 최근 카페24와 함께 해외 진출 설명회를 열었다. 네이트 앳킨스 아마존 동아시아 세일즈 총괄은 “고품질 패션 제품이 많고, 내수 전자상거래 경험이 많은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타오바오 역시 내달 국내에서 쇼핑몰 대상 설명회를 연다.

◇시장은 이미 평평하다

반면 국내 기업은 위축되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오픈마켓 샵N을 중단하고 상품 DB 등록 서비스 ‘스토어팜’을 내달 연다. 인터파크도 여행과 공연 비중을 높이면서, 국내 오픈마켓은 11번가만 고군분투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주도하면 국내 업계 자생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고객 상거래 정보를 해외 기업이 장악하는 등의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 활성화와 함께 국내 소비자 쇼핑 행태는 이미 글로벌화 됐다. 다양한 상품을 편리한 결제 절차로 싸게 살 수 있는 해외 전자상거래에 친숙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해외 인터넷 쇼핑액은 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늘었다.

◇규제 개혁은 더뎌

소비자 눈높이는 해외 서비스에 익숙해져 가는데, 국내에만 적용되는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됐지만, 금융권이나 결제대행 업계가 움직여 실질적 결제 절차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마존은 신용카드 번호를 저장해 편리한 원클릭 결제를 제공하지만, 국내 법은 이를 금지한다. 실명제 등 역차별적 규제에 시달리다 안드로이드와 유튜브를 앞세운 구글에 시장을 잠식당한 인터넷 시장 판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윤태 한국온라인쇼핑몰협회 부회장은 “국내 기업이 수출 첨병으로 활약하도록 시대에 맞는 전자상거래 진흥책이 필요하다”며 “갈라파고스 규제는 과감히 없앴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자료:업계>


오픈마켓 시장점유율 ※자료:업계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