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팩커드벨NEC-피비코리아, 국내 공급권 둘러싸고 분쟁

최근 설립된 한국팩커드벨NEC(대표 조병철)와 그동안 패커드벨의 제품을 국내에 독점 공급해왔던 피비코리아(대표 곽승균)가 패커드벨NEC 제품의 국내 공급권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피비코리아가 한국팩커드벨NEC 설립이 본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루어졌으며 아직까지 본사로부터 직접 통보받은 바 없기 때문에 한국팩커드벨NEC가 한국 내에서 패커드벨NEC를 대표하는 회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비코리아는 이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팩커드벨NEC가 마치 자신이 한국지사이며 피비코리아가 한국팩커드벨NEC의 한 개 대리점인 것 처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를 공식발표, 자사의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팩커드벨NEC측은 팩커드벨NEC가 설립되면서 그동안 대리점인 피비코리아를 통해 한국시장에서 영업을 벌여왔지만 시장이 급격히 늘고 있는 한국시장애 대한 효과적인 공략을 위해 대리점체제에서 지사체체로 정책을 변경하고 이의 일환으로 한국팩커드벨NEC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립배경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한국팩커드벨NEC는 한국에서 대리점 선정권 및 이를 관리하는 책임을 갖고 있으며 당연히 피비코리아도 한국팩커드벨NEC의 대리점으로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병철 한국팩커드벨NEC 사장은 『본사의 정책이 변화된 것에 대해 대리점이 맞다 아니다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국지사 설립이라는 것 자체가 은말히 추진된 만큼 이를 피비코리아에 알리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피비코리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피비코리아는 현재 한국팩커드벨NEC의 설립 자체를 부인하고 사실확인 및 문제해결을 위해 곽승균 사장이 직접 한국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본사와의 협의를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피비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한국팩커드벨NEC가 패커드벨NEC의 한국지사라는 사실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지만 만일 이번 지사설립이 본사의 승인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패커드벨NEC 본사의 도덕성문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즉 그동안 패커드벨 제품을 국내에 공급하면서 전국에 1백70개의 유통망을 비롯해 애프터서비스체제 구축, 고객지원센터 운영 등에 총 50억원 이상을 투입한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하고 별도의 지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기업윤리상 있을 수 없다는 것.

팩커드벨NEC 제품의 국내 공급권을 둘러싼 피비코리아와 한국팩커드벨NEC와의 이같은 마찰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근본적으로 매출확대를 위해서는 과거의 인연도 무시해버리는 다국적기업의 근본적인 속성에서 빚어진 문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날 지는 예측할 수 없으나 현재 한국시장에서 대리점으로써 외국제품을 취급하는 수많은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누구나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국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