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불황시대 기업인의 자세

李在明 성원정보기술 대표이사

몇년 전 세간에 잘 알려진 유행가 가사 속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마주앉은 당신을 언젠가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 고향을 물어보고 이름을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네요.」

요즘의 한국경제 상황을 보노라면 이와 같은 유행가 가사가 걸맞은 것 같다. 희미한 불빛이 그렇고, 몇년 전만해도 1만달러 시대를 외쳐대며 G7, 선진국 진입이 마치 눈앞에 와 있는 것처럼 생동감있게 살아 움직이던 경제가 제 모습을 잃어가는 안타까움 또한 그렇다. 하루에 수많은 중소기업이 부도의 위기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그렇다.

호사다마인지 청천벽력과 같은 한보파문, IPC와 아프로만의 부도처럼 어디쯤에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 정치권과 금융권, 재계는 물론이고 모든 국민의 가슴 속에 깊은 좌절과 허탈감을 주었음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어렵고 힘겨운 때에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는 필자는 이 난국의 시대에 기업인에게 주워진 절체절명의 소명은 무엇일까 라는 혹독한 화두를 스스로에게 던져봄으로써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싶다.

우선 정치논리가 경제이론보다 우선한다고 말하는 이 사회에 대하여 문제제기만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니면 패배주의에 젖어서 신세한탄이나 해야 옳은가. 아니다.

높은 산을 오르려면 깊고 험한 계곡은 수 없이 있게 마련이고 큰 바다로 나아가려면 길고 잦은 내(川)는 많은 법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산사태, 물사태를 무슨 하늘의 재앙쯤으로 여겨 체념하는 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제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지나온 연륜의 깊이만큼 노숙해야 한다. 이제 미숙아가 아니다. 그리고 더욱이 우리 민족은 그 기질상 집에 불이 났다고 해서 다 사그러들 때까지 멍하니 바라만 보는 한심한 국민은 절대 아닌 것이다. 능력과 오기도 넘치고 집념 또한 유별난 그런 국민이다.

무릇 기업이 인간의 집단일진대 이럴 때 우리국민이 지니고 있는 최대의 장점인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되살려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은다면 이 얼어 붙은 한국경제에도 저 산너머 남촌의 봄처럼 이미 와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꿈도 가져보게 된다.

전화위복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선상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여보자. 출발하기 전에 철저한 자기 점검을 하여보자.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사람이다. 사람을 준비하여야 한다.

이제 선의의 경쟁자를 이전투구의 대상쯤으로 잘못 생각하는 단견을 각계 종사자 모두가 버리고 넓은 포용력으로 페어플레이할 수 있는 사람들로 다시 구성한 조직을 인간성에 바탕을 두어 이끌어 내야만 한다. 이럴 때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참다운 인성(人性)이 존중되고 마침내 불꽃같은 창의가 꽃을 피우게 될 것이고 비로소 기술입국의 커다란 신화를 창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은 지금까지의 기회선점에 안주해서는 안된다. 내(川)가 있으므로 바다가 있고 수많은 계곡이 있음으로 높은 산이 존재한다는 극히 소박한 자연의 현상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공존한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질 때 오늘의 위기의식이 도약으로 약진하는 원동력이이 될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생존을 위하여 새(기업)는 스스로 부화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 그러나 먼저 알을 깬 새가 독주의 욕심을 버리고 동료와 비상을 함께 준비할 때 우리는 멋지게 조화된 비상의 새 무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추락하는 날개가 없는 기업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흐트러진 마음을 한데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