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스캐너와 지폐위조

스캐너는 지난 50년대 미국 국립표준연구소 과학자 러셀 커시가 사진 표면의 강도변화를 기록하는 간단한 드럼 스캐너를 만든 것이 최초다. 스캐너의 본격적인 보급이 이루어진 시기는 80년대 초반으로 영상이미지 편집 및 전자출판분야에 적합한 매킨토시 컴퓨터가 개발되면서부터다.

그동안 스캐너는 전자출판(DTP)과 그래픽, 광학문자인식 (OCR)분야에서 사용돼 왔다.그러나 요즘엔 인터넷 붐을 타고 홈페이지 제작은 물론 전자앨범, 전자스크랩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20만∼30만원대 저가 보급형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스캐너 구매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스캐너의 등장은 여러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영상입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조작을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특히 영상이미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엔터테인먼트, 출판 등 분야에서는 스캐너가 개발된 이후 본격적인 활성화 시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캐너가 컴퓨터뿐만 아니라 관련분야에까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스캐너가 대량 보급되면서 최근 그 역기능으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하다. 지폐와 수표 등 통화와 유가증권 위조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스캐너를 이용한 지폐위조가 무서운 기세로 늘어나 신용사회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1일 스캐너와 컬러프린터 등을 이용, 10만원권 자기앞수표와 1만원권 지폐를 위조해 사용한 대그룹의 소프트웨어사업팀 직원 최모씨(25)를 통화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체포했다. 또 지난 2월에는 광주의 한 컴퓨터그래픽 전문가가 스캐너로 수표를 컴퓨터에 입력시킨 뒤 색상과 번호를 편집해 1백81장을 위조, 유통시키다 적발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까지 단 한건도 적발되지 않았던 스캐너를 이용한 지폐위조가 올들어 2백7건이나 적발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흑백으로 복사한 후 색을 입히거나 컬러복사기를 사용하는 방식은 이젠 고전적 수법이 되었다.

지난 21일 체포된 최씨는 경찰에서 『컴퓨터만 다룰 줄 알면 지폐나 수표의 위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컬러 이미지를 불러들여 포스터나 출판물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잡게 된 스캐너. 이러다가는 일반 PC사용자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스캐너마저 컬러복사기처럼 「등록제」를 도입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