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볼 만한 영화 없다

『중년여성이 볼 만한 영화 없다』.최근 영화계에서는 여성관객을 겨냥한개봉작의 부재가 우리영화 흥행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무릎과 무릎사이> <아스팔트위의 여자> 등 히트작을 내던 여성중심 작품이 90년대로 접어들면서 액션물과 로맨틱코미디등에 밀려 거의 실종된것.90년 이후에 제작된 여성취향 영화로 김유진감독의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름만으로>,배창호감독의 <러브스토리> 등을 꼽을 수 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특히 <결혼이야기>의 성공 이후 감각적인 대사와 신세대식 사랑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흥행의 보증수표로 떠오르면서 우리영화는 <미스터 콘돔> <베이비세일>류의 가벼운 소품들이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진지한 영화를 원하는 40대 이후 여성들은 볼만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든형편이다.일본의 경우 최근 중년여성을 겨냥한 고단샤(講談社)의 <실낙원(失樂園)>이 개봉 20일만에관객 90만을 돌파하는 등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실낙원>은2백만부가 판매된 와타나베 준이치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명예퇴직 위기에 몰린 50대 출판사 간부와 미모의 30대 의사부인 간의 불륜을 그렸다.

이 영화는 인생의 황혼기를 앞둔 중년남자의 쓸쓸함과 결혼생활 권태기를 맞아 목숨을 내건도박과 같은 파괴적 에로티시즘을 갈구하는 30대 여성의 내면심리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중년여성들이 줄을 이었다.

이같은 현상은 중년여성층의 정서가 비슷한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영화의 관객동원 가능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여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이미 연극계에서는 여성의 잠재력을 간파한 작품들이 잇달아 성공을 거뒀다.

최근 막을 내린 윤석화 주연의 <나, 김수임>은 54회 공연에2만 3천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이달말까지 공연될 예정인 박정자의 <그여자 억첨어멈>도여성관객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2달째 롱런하고 있다.그밖에 김금지의 <어미>, 이주실의 <쌍코랑 말코랑 이별연습>, 손숙의 <담배 피우는 여자>도 히트작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이들 연극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으며객석을 메운 관객의 7080%가 여성으로 아줌마 부대들의 위력을 실감케하고 있다.

3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여성관객층을 겨냥한 신작영화를 준비중인 A기획홍보사는 『최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 지고 전업주부들도 경제적인 여유가 늘어나고 있는 데 비해 이들의 대중문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문화상품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부처 임순례 등 여성감독들이 진출하고 올해 우리나라에서 세계여성영화제가 열리는 등 전반적으로 여성영화에 대한 사회적관심이 고조되고 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이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