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仁錫 샬롬인터내셔널 대표
얼마전 국제표준화기구(ISO) 컨설팅 일로 어느 중소기업을 방문했는데 그 회사 게시판에서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문구를 보았다. 회사를 정상적인 관리상태로 끌어올리기 위해 구호화한 경영상의 방향제시였다. 체력훈련을 게을리하고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운동종목은 없다. 심지어 삶의 현장에서도 경영자이든 조직원이든 체력훈련을 소홀히 하고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는 어렵다.
매스컴을 통해 「한국사회」 「한국의 경제」 「한국의 국제경쟁력」 등의 논제를 대할 때마다 과연 우리 기업의 기초체력지수는 얼마나 될까 하고 반문하게 된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우선 남을 따라잡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많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선진국들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지금은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평가해 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체격구조는 하체보다 상체가 더 발달돼 있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 역시 하체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이룩한 것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진국을 모방하는 데 급급해 우리를 냉정하게 되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기업체질 개선의 방책으로 도입된 품질인증체계(ISO 9000)이나 환경경영체계(ISO 14000)에서 수없이 제기되는 문제점 역시 우리 기업들이 「인증」을 위해 너무 껍데기만 모방하고 알맹이는 간 곳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즉 하드웨어만 중요시하고 소프트웨어는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조건들은 소홀히 하면서 기업경영에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우리는 최근 몇년 사이에 겉보기에도 무언가 「잘못되었다」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여러가지 사건들을 보아왔다. 이를 통해 우리의 치부가 드러났으나 상당 부분은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못하고 방치된 채 사라지고 있다. 뾰족한 대안이 없이 허송세월한 느낌이다. 최근 우리의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다른 어떤 분야를 보아도 어느 것 하나 국제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내세울 만한 것은 없다. 그야말로 그 기초조차 믿을 만한 게 없다.
이대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부자나 건강한 사람, 어떤 권력가도 망망대해에서 침몰해 가는 배로부터 혼자 살아나오기는 어렵다. 우리 기업들은 현재 표류하는 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태가 방치된 채 계속된다면 국가라고 도산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라도 우리의 거품과 자만을 벗고 기초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바닥이라는 회귀점을 지나 상승곡선의 시작점에 서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이 비슷한 상황이다. 바닥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의미라면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꼭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위험하다. 오히려 지금은 회귀점(Terning Point)을 이제 막 지나 왔다고 생각하고 오직 상승곡선을 타고 비상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결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우리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