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김 실장. 수고가 많소.』
진기홍 옹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어젯밤에도 왔다 가셨다면서요?』
『그렇소. 어젯밤에는 김 실장이 나오지 않아서 화재 진압되는 것 보고 그냥 들어갔소.』
팔순에 접어든 진기홍 옹이었지만 김지호 실장은 악수를 나누는 손아귀에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젯밤엔 통제실 일이 바빴습니다. 화재로 인한 고장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고장이 복합적으로 일어나서 매우 바빴습니다.』
『어쨌든 고생이 많소. 어떻게 사고는 잘 수습이 되고 있소?』
『네, 일차적인 절체작업이 완료되어 전국의 통신망 소통에는 지장이 없게 되었습니다. 위성의 고장도 처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화재 현장인 이 부근의 일반 가입자와 전용회선 가입자만 처리하면 일차적인 복구는 끝나게 됩니다.』
『이 부근의 전화는 계속 불통인가?』
『네, 그렇습니다. 실선으로 깔려져 있는 이 부근의 전화는 직접 케이블을 교체하기 전에는 불통이 됩니다. 달리 절체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곳은 통신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인데.』
『참,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요람일기 번역본은 잘 읽고 있습니다. 애 많이 쓰셨습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니까 해야지. 그리고, 요람일기의 인(人)권도 찾을 수 있는 자료가 파악되었소. 요람일기를 관리하던 사람의 고향인데,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소.』
『그렇습니까? 요람일기의 마지막 권이 발견되면 좀더 구체적인 통신역사를 확인할 수 있겠네요.』
『그렇소. 우리의 잃어버린 통신역사를 찾기 위해서는 꼭 찾아야 할 책이오.』
김지호 실장과 진기홍 옹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도 긴 통신 케이블이 계속 맨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복구요원들과 빈 통신케이블 드럼을 나르는 복구차량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 실장, 이곳이 통신역사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곳인지 알고 있소?』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광화문 바로 앞에 있는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 우리나라 전기통신의 시발지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 선생님께서 알려주셔서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렇소. 이 부근이 1885년 우리나라에 전기통신이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그 빛과 소리를 전한 곳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