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초미세 "나노핀셋" 개발 김필립 캘리포니아대 박사

 재미 한국과학자가 나노기술 분야에서 또 한번의 쾌거를 일궈냈다.

 주인공은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UCBerkeley) 김필립 박사(32).

 김 박사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10일자)에 같은 대학 찰스 리버 교수와 함께 개발한 「나노핀셋(Nanotweezer)」 기술이 게재되는 영광을 누렸다. 재미 나노과학자로서 이 잡지에 게재되기는 지난 10월 초미세 나노기술을 개발, 발표되어 주목받았던 노스웨스턴대 홍승훈 박사(33)<본지 10월 21일자 23면 참조>에 이어 두번째.

 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의 이 기술은 탄소 나노튜브를 활용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물체를 집어올리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 박사를 포함한 이 대학 연구팀은 미세한 유리막대를 금(Ag) 전극으로 둘러싼 뒤 이 전극에 지름이 50나노미터(㎚), 길이가 4미크론(1㎛=100만분의 1m)인 탄소 나노튜브 2가닥을 붙여 핀셋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나노과학 전문가들은 나노핀셋이 앞으로 생물세포를 조작하거나 나노기계를 만들고 미세수술 등의 분야에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이언스지는 김 박사의 이 기술을 이 분야의 권위자인 노스웨스턴대 차드 미르킨 교수의 해설과 함께 게재했다. 미르킨 교수는 홍승훈 박사와 함께 초미세 나노기술을 개발한 팀을 이끈 연구개발팀장.

 미르킨 교수는 해설을 통해 『현재까지 개발된 다른 나노기술 도구는 나노단위의 물체를 집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하고 『김 박사와 리버 교수의 연구는 이를 처음으로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나노핀셋은 세포의 내부를 조작하거나 표면의 생물학적 구조를 변형시키는 것 등으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서울대 물리학과(86학번)에서 학부 및 석사과정을 마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UC버클리대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이수중이다.

 386세대인 그는 큰 키에 비교적 마른 타입이었다고 후배들은 기억하고 있다. 성격은 다소 활발했다는 평. 그의 서울대 후배인 조광현씨(88학번·현 연세대 연구원)는 『김 선배가 개념이나 과학적인 사고에 있어 남다른 이해력을 가졌던 사람으로 기억된다』고 말하기도.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