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컴퓨터·정보통신·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발달과 정보의 바다, 「네트워크속의 네트워크」라는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돈의 고전적인 2차원적 이동경로가 허물어지고 3차원 가상공간인 사이버강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
이미 인터넷을 통해 모든 물건은 물론이고 기술, 아이디어까지 사고파는 전자상거래(eCommerce)가 지구촌을 뒤흔들면서 돈의 흐름이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실물화폐의 존립기반이 위협받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기본 콘셉트는 모든 중간유통을 없애고 실구매자와 공급자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물건을 사고파는 직거래시스템이다. 이는 결국 모든 결제가 금융기관을 거쳐 이루어지던 기존의 거래와는 뿌리부터 다른 개념으로서 은행을 축으로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힐 수밖에 없었던 이제까지의 돈의 흐름을 재편할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발달은 또 오프라인 속에서 이루어지던 기존의 모든 거래나 금융을 온라인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금융의 혁명을 재촉하고 있다.
정보통신과 인터넷의 발달은 그동안 은행 등 금융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처리해야만 했던 금융업무도 변화시키고 있다. 예금, 송금 등 간단한 금융업무는 물론이고 대출, 융자 등의 복잡한 업무까지도 이제는 집에서 전화나 컴퓨터, 혹은 휴대폰으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없이 짧은 시간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주식거래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투자자들은 직접 증권회사를 찾거나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전화를 이용하지 않고도 컴퓨터 단말기나 인터넷, 혹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폰이나 PDA·무선데이터통신단말기 등을 이용해 간편하게 사이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즉석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사이버트레이딩까지 가능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시세변화와 재무구조 분석표, 각종 루머, 뉴스, 공시 등 주식 투자에 필요한 모든 정보도 온라인 상에서 리얼타임으로 얻을 수 있다. 최근의 사이버트레이딩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증권사 객장은 머지않아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글로벌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미국 나스닥이나 일본 자스닥에 상장한 외국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날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닌 듯 싶다.
첨단 기술의 발달은 또한 돈의 흐름은 물론이고 돈의 개념까지도 바꿔놓을 태세다. 종래의 동전이나 화폐같은 돈 대신에 간편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자화폐가 새 천년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카드에 손톱만한 크기의 메모리를 탑재, 각종 정보는 물론 화폐기능까지 할 수 있는 전자화폐는 올해부터 국내서도 본격 도입기에 들어설 전망이다.
전자화폐가 보급되면 은행에서 일일이 돈을 찾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한 후 결제를 위해 은행에 입금할 필요가 없다. 대신 미리 카드에 수록한 범위 내에서 현금을 쓰듯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전자화폐는 기존의 신용카드와 달리 복제나 암호해독이 거의 불가능해 보안상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이같은 전자화폐에 이어 온라인 상에서 자기 계좌에서 돈을 다운로드(?) 받아 상거래나 각종 돈을 주고받을 때 네트워크 상에서 결제하는 사이버머니까지 출현, 종래의 돈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돈은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지폐나 동전을 말하지만, 사이버머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돈의 모든 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돈이다.
사이버머니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제문화를 주변에서 자주 접할 것으로 보인다. 직장에서 받은 월급이 온라인으로 은행의 계좌에 적립돼 가상의 사이버머니가 되면 그것으로 온라인 상에서 물건구매는 물론 축의금이나 용돈, 세뱃돈 등 각종 결제나 지급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심지어 도박이나 경매에까지 응용될 수도 있다.
때문에 사용자들의 지갑도 지금처럼 두툼할 이유가 없다. 집이나 가정에서 PC를 사용해 모든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결제까지 자기 계좌의 사이버머니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이나 네트워크의 발달로 모든 컴퓨터가 하나의 망 속에 결합되고 무선 네트워크까지 연계하면 언제 어느 곳에서든 편리하게 사이버머니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결국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원시시대, 물물교환 시대를 거쳐 돈이란 매체를 이용하며 오랫동안 유지돼 온 돈의 흐름과 개념을 모두 뒤바꿀 정도로 금융혁명을 재촉하고 있으며 이제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 각종 정보서비스에 국한된 네트워크에 상거래가 연결되고 여기에 결제가 접목되면서 거대한 「사이버강」을 통해 자본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난 수 천년간 인류의 인적·물적 교류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으로 이용돼 온 실물화폐는 서서히 그 지위를 무형의 화폐, 즉 「사이버머니」에게 넘겨줘야 할 운명이다. 이에따라 본격적인 사이버시대를 앞둔 인류는 새로운 돈의 흐름과 개념이 지배하는 사이버강에 먼저 몸을 맡겨 이를 잘 이용하는 자만이 남보다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