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을 생산하는 A사의 김 대리는 요즘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북 컴퓨터를 켜 회사 서버에 접속해 그날 할 일과 팀장의 업무지시 등을 확인하고 거래처로 향한다.
B사에 도착한 그는 이 업체 직원과 차를 한잔 나누고 곧바로 업무 협의를 한다. 모델 가격, 생산물량, 납품가능 시기 등 필요한 모든 데이터와 정보는 노트북 컴퓨터를 이용해 회사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활용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자료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재량권을 넘어서는 일은 회사 상사에게 휴대폰이나 전자우편 등으로 연락해 의견을 교환하고 결재를 받으면 된다. 때문에 납품조건과 관련해 결재를 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업무협의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회사로 걸려왔던 자신의 전화를 휴대폰의 음성사서함으로 확인한 후 김 대리는 차를 타고 또다른 거래처인 C사로 향하면서 휴대폰으로 주식시세를 확인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몇군데 업체를 돌고 나니 어느덧 퇴근시간. 특별한 상황이 없으니 현지에서 퇴근해도 좋다는 팀장의 전자우편을 확인한 그는 곧장 집으로 향한다.
김 대리의 이같은 일상은 이제 먼 얘기나 남의 얘기가 아니다. 「모빌오피스(Mobile Office)」 환경이 확산되면서 김 대리처럼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밖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모빌오피스란 전통적 의미의 사무실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모빌컴퓨팅의 발전과 동전의 양면관계에 있다.
노트북 컴퓨터나 개인정보단말기(PDA),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폰(스마트폰) 등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모빌컴퓨팅(단말기)의 보급 확산은 회사밖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증대를 초래했고 그 결과 모빌오피스 환경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모빌 컴퓨팅의 최대 특징이자 강점인 「이동성」은 따라서 모빌오피스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업무처리에서 이동성이 보장된다는 것, 다시 말해 이동하면서 업무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업무처리의 「신속성」과 업무공간의 「무한성」을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20% 정도가 모빌오피스 환경조성을 위해 노트북 컴퓨터나 PDA, 휴대폰 등을 영업직 등에 종사하는 직원들에게 지급하고 현장으로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게 하는 「모빌오피스제」를 도입했거나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지난 95년 한국IBM이 모빌오피스제를 도입한 이후 한국3M·듀폰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제일제당·새한 등이 이 제도를 채택하면서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빌오피스제가 확산되는 것은 이 제도가 사무실 공간 축소 등으로 인한 경비절감과 회사 출퇴근 시간 절약과 그로 인한 현장서비스 강화, 고객만족도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회사 등 영업사원이 많은 회사에서는 모빌오피스제의 활용이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새로운 업무형태의 수용의지, 사내 컴퓨터 시스템의 정비 등 초기투자 부담, 통신 인프라의 발전 등 모빌오피스제 정착을 위한 기업내외의 과제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영업 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기업의 주요 목표가 되면서 모빌오피스 환경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기술과 모빌솔루션의 급속한 발전도 모빌오피스 환경의 확산과 기업의 모빌오피스제 도입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기술과 관련해서는 국내에서도 최근 SK텔레콤 등이 노트북 컴퓨터 등을 이동전화기와 연결해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무선데이터서비스에 나서고 있어 모빌컴퓨팅 영역의 확대와 그에 따른 모빌오피스 환경의 확산 추세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빌솔루션 전문개발사의 등장과 모빌컴퓨팅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등 솔루션 분야의 발전도 모빌오피스 확산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모빌컴퓨팅 솔루션은 일반 기업의 영업자동화는 물론 재고관리·택배지원·창고관리·수도검침·차량관리·구급·경찰·소방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모빌컴퓨팅 솔루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시장참여업체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데모모빌 99」 전시회에서는 스리콤·로터스·드래곤시스템스 등 세계 주요업체들이 모빌컴퓨팅용 애플리케이션과 무선서비스 신기술들을 대거 선보여 이 분야의 급속한 발전을 예고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오라클이 지난해 초 30여 협력사가 참가한 가운데 「오라클 모빌컴퓨팅 이니셔티브(OMCI)」 발족식을 가진 데 이어 최근 모빌 데이터베이스인 「오라클 8i 라이트」를 발표하는 등 외국계 기업의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순수 국내기업들의 솔루션 개발과 시장참여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LGEDS가 이동중에 모빌컴퓨팅을 활용, 보험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보상업무 지원시스템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지오윈과 비트컴퓨터 등 20여개 국내업체가 지리정보시스템(GIS)·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모빌 솔루션을 개발했거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한글과컴퓨터도 넷피스서비스를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사무환경을 제공, 모빌오피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 용어해설-모빌오피스
「모빌오피스」란 공간적 한계를 갖는 기존 사무실 개념을 뛰어넘어 이동하면서 모든 회사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이동하면서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은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Any Time, Any Where)」 전통적 사무실에서 하는 것과 같은 업무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모빌오피스는 따라서 전통적 사무실 개념의 파괴이자 업무자 자신이 곧 「움직이는 사무실」이 되는 새로운 「사무혁명」을 예고하는 것이다.
회사 책상앞에 앉아 두꺼운 서류를 뒤적이지 않고도 집이나 거래처, 고객의 사무실, 심지어 거리를 가면서도 회사와의 의사 교환이나 필요한 정보검색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보거나 심지어 주식투자 등도 할 수 있어 모든 업무의 시간과 공간 제약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기업운영방식이나 업무형태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이같은 모빌오피스 환경은 자연스럽게 업무생산성의 획기적인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의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모빌컴퓨팅의 발전이 이런 변화의 원동력이다.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에 기반한 모빌컴퓨팅의 확산이 모빌오피스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모빌오피스의 확산은 생산자와 소비자, 기업과 고객이 직접 만나 모든 업무를 현장에서 즉시 처리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시간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는 환경조성이 요구되면서 최근들어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들고 다니면서 현장을 누비도록 직원을 독려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모빌오피스제도라는 것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이동성과 신속성에 기반한 업무효율성 제고를 꾀하려는 시도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