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송·분쟁으로 얼룩진 정보통신 업계

정보통신·소프트웨어(SW) 업계가 온통 소송·분쟁으로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한국오라클의 SAP사장 제소 등 경쟁사로의 인력 이동에서 비롯된 소송에서부터 유니소프트와 옴니텔 등의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분쟁, 제품 공급권에 관련된 법정 싸움 등 사흘이 멀다하고 송사가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이같은 분쟁이 어디 최근에만 일어난 일이겠는가. 사회적 관계가 있고 경쟁 원리가 작용하는 곳이라면 분쟁의 소지는 얼마든지 있고 또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일들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같아서는 당사자간 양보와 제3자의 중재 등으로 큰 잡음 없이 해결되던 문제점이 최근들어 툭하면 법정 투쟁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이같은 상황을 보면서 상식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지켜져온 최소한의 경쟁룰마저 깨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더욱이 유니소프트와 옴니텔의 사례나 보안 업체인 N사와 P사의 사례처럼 전략제휴를 하겠다고 굳은 악수를 했던 업체조차도 서로 등을 돌리고 법정에서 으르렁대는 경우도 생겨나 안타깝기조차 하다.

문제를 대충 해결하는 미봉책보다야 법정에서 확실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 일이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같다. 이유야 제각각이고 당사자 나름대로 할말이 다 있겠지만 이들 소송·분쟁으로 인해 업계의 인심(?)이 극도로 흉흉해지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선 벤처창업 등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격려하고 협력을 모색하기보다는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내거나 지나치게 직업 기회를 제한하는 각서를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인터넷 시대 생존전략이라고 불리는 전략제휴도 불발탄이 잇따르면서 상호 신뢰와 운명 공동체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이름만 걸어놓는 「무늬만 전략제휴」나 불신을 감추지 않은채 살얼음판을 걷는 공조가 난무하고 있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인터넷·e비즈니스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 만큼 인력 부족 현상·속도 경쟁 역시 더욱 극심해졌다. 그러나 네트워크 시대, 협력과 제휴라는 인터넷 시대의 경쟁 원리에 공감한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후유증만 남기는 소송·분쟁에 대해 한번쯤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컴퓨터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