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인터넷사업 `갈팡질팡`

삼성물산(대표 현명관)의 인터넷사업전략이 우왕좌왕하고 있어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사업 강화-인터넷 자회사 설립-자회사 설립 무산-인터넷사업 조기 가시화.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기로 명성이 높은 삼성물산이 이처럼 인터넷사업전략을 몇차례나 180도 수정하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해프닝을 벌이고 있다.

연초 인터넷사업 강화를 화두로 삼은 삼성물산은 한달전 갑자기 인터넷사업부문을 통합해 자회사로 분사하겠다는 놀라운 청사진을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인터넷사업 분사는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사업부문을 아예 통째로 떼내는 분리사례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이같은 발표는 상당한 포커스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한달도 안된 지난 8일 삼성물산은 인터넷 자회사 「삼성아이젠」 설립이 주주들의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고 슬그머니 발표했다.

회사분리와 같은 중요한 사안을 주주들의 승인을 받지도 않은 채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처럼 중대한 문제를 놓고 주주들이 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만큼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도 없어 삼성물산은 스스로 의혹을 자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삼성물산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일에는 또다시 「인터넷사업 조기 가시화 방안」을 발표했다. 19일 발표한 내용은 인터넷사업부문을 통합해 통째로 자회사로 분리해내는 것에서 한발 물러서 사안별 분사를 조기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분사전략과 다를 바 없으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삼성물산은 수산물 국제거래 사이트인 피시라운드(Fishround)가 다음달 오픈하고, 섬유원료 B2B 사이트인 텍스토피아(Textopia)는 8월 오픈키로 했다. 의료서비스 사이트인 케어캠프(Carecamp)와 물류회사인 HTH 역시 다음달 사이트 운영에 들어간다. 또 사이버아파트 사업인 CV넷은 9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개시하고 전자화폐 사업인 V캐시는 10월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부분 이미 발표되었거나 진행중인 사업일 뿐이다. 한가지 달라진 것은 통째 분사가 아닌 사안별로 분사속도를 높여 국내외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포부밖엔 없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회사 분리방식이 아닌 사안별 분사라는 사업전략의 원점 복귀를 굳이 인터넷사업 조기 가시화라는 거창한 구호로 포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분석과 함께 도저히 삼성답지 않은 행동을 두고 구구한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재용씨와 관련된 것이다. 삼성물산이 굳이 인터넷사업부문을 통째로 분리해내 지주회사를 만들려고 한 것은 이재용씨 옹립이 궁극적인 목적이었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또 다른 분석으로는 그룹해체 움직임과 내부자거래에 대한 제재조치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룹 종합상사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에 차제에 인터넷 지주회사를 만들어놓고 장래에 대비하고자 하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분석으로는 주가부양책이다. 삼성물산은 올초부터 인터넷사업 강화라는 비슷한 내용을 수차례에 걸쳐 발표해왔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닥친 거품론으로 목적을 거두지 못하자 아예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히든카드가 정족수 미달로 물거품이 되자 또다시 사안별 분사를 통한 상장이라는 해묵은 청사진을 다시 들고 나왔다는 풀이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에도 업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왜 지주회사 설립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궁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인터넷비즈니스는 업체들마다 최고의 중요사안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는 주주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주주들이 인터넷부문을 통째로 분사했을 경우 삼성물산의 주가가 곤두박질칠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는 설과 이재용씨 옹립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는 억측이 있을 뿐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