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인터넷TV사업을 위한 제언

인터넷 네티즌이 1500만명을 돌파하고, 초고속망에 가입한 가구가 100만이 넘는 국내에서 인터넷 소외 계층을 위해 텔레비전으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 인터넷TV사업을 추진하는 업체가 20여개나 된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 5월 영국에서 열린 미디어캐스트쇼에서도 국내업체들은 저마다 개발한 제품을 전시, 기술력을 과시했다. 관련 업체들은 각자 리얼타임 OS업체, 웹브라우저업체 등과 제휴하고 세트톱박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개발을 끝내고 시판에 나선 업체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세트톱박스 판매 및 인터넷TV서비스를 구현하는 업체는 딱히 없는 실정이다. 이는 그만큼 세트톱박스의 개발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을 확산시킬 만한 가격대로 생산해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30년간 컴퓨팅 패러다임은 많은 변화를 거쳤다. 즉 5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더미 단말기와 같은 「중앙집중식 환경」에서 80년대 「분산처리 컴퓨팅환경」을 지나 「PC를 통한 네트워크 환경」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이 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2억대의 PC가 판매되면서 바야흐로 컴퓨터 대중화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컴퓨팅 패러다임의 변화는 가전기기에서의 변화를 촉구, 세트톱박스와 TV모니터를 통해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포스트PC」의 폭발적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아울러 전세계에서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TV는 인터넷TV사업의 잠재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새로운 가정용 기구(appliance)가 가정내에서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자리잡기까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실제 8비트 애플컴퓨터가 나온 후 인터넷을 위한 정보기기로 자리잡기까지 25년이 소요됐으며 흑백TV가 오늘날과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기기로 자리잡기까지도 40여년을 필요로 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도 대중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 같은 시간들을 고려해 볼 때, 국내업체들은 세트톱박스 개발에 대한 중장기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초고속망 네트워크 인프라를 가지고 있고 빠르게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에 맞는 시장확산책을 마련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TV용 세트톱박스 기술은 향후에 디지털TV방송수신, 위성방송수신, DVD 등의 가전제품과 연계될 기술인 만큼 과도기적 기술로 이해해서는 안될 일이다.

하나의 인터넷TV 세트톱박스가 제대로 작동되려면 반도체, 하드웨어, 리얼타임 OS, 웹브라우저, 콘텐츠개발, ISP 등의 프로토콜(protocol)이 맞아야 하는 만큼 개발업체간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국내 벤처업체들은 투자대비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적은 인력으로 밤을 밝히며 제품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인력면에서 기본적인 구조(critical mass)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벤처기업의 열기를 한 곳으로 집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세트톱박스 개발업체간의 협의체를 구성해 단일 플랫폼에 의한 제품 공동개발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 비록 업체간의 공동개발이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실패했던 사례가 많지만 다시 한번 시도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강한 업체, 리얼타임 OS에 이해도가 높은 업체, 미들웨어 특히 웹브라우저 개발에 자신있는 업체, 가능하다면 ISP까지 참여한 컨소시엄 형태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인터넷TV 세트톱박스 기술은 단순히 TV를 통한 인터넷 구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TV, 디지털 케이블 방송, 멀티미디어 인터넷 방송 등으로 그 활용도가 넓어질 것이다. 성공한 이야기 뒤에는 항상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을 해결하는 진통이 있었음을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