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승 나눔기술 사장 theus@nanum.co.kr
최근 한 공중파방송에서 「10대들의 반란」이라는, 내용에 비해 제목이 매우 선정적인 TV프로가 방영되었다. 10대들의 상태에 대한 일종의 고발, 문제제기 프로였는데 내용의 완성도는 둘째로 하더라도 10대에게 카메라를 주어 직접 찍게 하고 또한 출연자들이 직접 출연하여 토론하는 등 형식에 있어 참신한 시도가 엿보인 프로였다.
유치원생인 막내아이를 포함해 온 가족이 그 방송을 보면서 『저 형아는 왜 집에 안들어가?』라고 계속 물어보는 초등학교 1학년 큰 아이의 질문공세에 궁색한 대답을 하며 나와 내 아내는 내내 착잡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우리가 학교를 다녔던 20여년 전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등이 주된 이유였을텐데 그 방송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더구나 요사이엔 나에게 자기 아이들을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내겠다고 의논해오는 지인들이 부쩍 많아졌다. 참 당황스러운 일이다. 남의 집 아이 교육문제를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기에 주로 기울어진 그들의 결심을 북돋우는 쪽으로 답변을 한다. 조기유학이 몇몇 부유층의 사치교육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지만 시대에 역행하는 암담한 교육현실에 더 이상 아이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방어적인 의지를 생각해 볼 때 나는 조기유학 붐을 단순히 가진 자들의 돈놀음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창의적이고 순수했던 자신의 아이가 참담한 입시교육시스템에 망가져갈 수밖에 없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바꾸어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개개인의 나약함을 느낄 때, 조기유학은 또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타협하는 셈이다. 물론 「가정과 조국을 지킬 수 있다면」이라는 꼬리표를 달지만.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불신하여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고 또한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이민을 가고 그렇다면 결국 그 아이들의 조국은 어디에 있고 또 어떻게 될까. 이젠 지금껏 우리 교육시스템의 피해자였다고만 생각했던 우리 세대가 가만히 있다가는 거꾸로 다시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닌가.
그래서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정부가 이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개혁시킬 능력이 없다면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아예 학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물론 그동안 몇몇 대안학교에 대한 실험이 있었지만 더 나아가 이 성과를 모아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는 없을까.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 참으로 소중한 자원인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하여 말 그대로 기존 교육시스템을 대체하고 개혁시킬 수 있는 인터넷 학교를 제대로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너무 어마어마하고 실현 불가능한 일일까.
인터넷 학교의 교육목적과 비전을 세우고 재단을 만들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뛰어난 커리큘럼을 만들고 뜻있는 선생님을 모으고 오프라인 교육공간을 찾고 학원과 게임방에 모여있는 아이들을 다시 모으고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과 순수함을 살리면서도 마음껏 배우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인터넷 상에서라도 만들 수는 없을까.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입시교육이 아니라 그림에 취미가 있는 아이들은 그림을, 컴퓨터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컴퓨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나머지 시간은 보람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역사와 삶의 지혜, 그리고 젊은 시절의 추억을 담아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수는 없을까.
아이들의 반 이상이 가출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학교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는 학생만 가득한 학교, 그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는 패배감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있는 학교, 그 학교에 자녀를 맡겨두고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안타까워하는 부모들이 해외이민을 생각하는 나라에서는 더이상 조국의 미래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