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교통사고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구급차 내부. 통신모뎀이 장착된 환자감시장치가 혈압·맥박·체온 등 각종 생체신호를 응급실 당직의에게 전송한다. 혈압과 맥박이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다. 당직의는 구급요원에게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지시하고 원격영상시스템을 통해 상해 부위를 살펴본다. 왼쪽대퇴부 이하가 심하게 다쳤다. 머리에서도 피가 난다. 뇌가 심하게 다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긴급연락을 취한다.
당직의가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의 동공을 확인해보니 열리고 있다. 환자가 소지한 건강관리카드(스마트카드)를 체크, 약물거부반응 등에 대한 병력을 파악하고 급히 수술실로 옮긴다. 연락을 받고 도착한 신경외과 전문의는 수술실 컴퓨터 제어판 앞에 앉아 수술용 로봇을 조종, 뇌수술을 무사히 마친다.
수술 결과는 양호하고 후유증도 전혀 없다. 얼마후 환자는 지능형 인공보조의지를 다친 왼쪽다리에 장착, 다시 평범한 사회생활로 되돌아간다. 이 인공보조의지는 발걸음의 속도와 보폭을 스스로 조정하는 기기다.」
이같은 가상의 응급상황은 지금도 실제 전개되고 있다. 원격용 환자감시장치, 수술용 로봇, 지능형 인공보조의지 등 첨단 의료기기들은 선진국에서 이미 제한적으로 사용중에 있거나 상품화 직전의 단계에 있어 그 가상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신체 가운데 두뇌를 제외한 모든 장기와 사지는 의료용 신소재와 컴퓨터 그리고 메카트로닉스의 발달로 인공심장·인공피부·인공관절·인공안구·인공이식기 등으로 대체돼 TV속에 나오던 「600만불의 사나이」가 머지않아 우리 앞에 다가설 것이다.
이처럼 첨단 의료기기는 인간의 질병·치료·재활 및 예방 수단에 적절하게 이용돼 최전선에서 인류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불의의 사고, 선천적인 장애, 불치병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물리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시키지 않게 해주는 것이 의료기기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의료기기에 대한 인류의 의존도는 높아진다. 고령자는 귓속형 보청기를 사용하고 관절이 퇴화돼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또 실내에 동작 인식장치가 설치돼 고령자의 안전유무를 외부에서 수시로 확인하고 응급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청각 장애인은 매립형 인공고막, 시각 장애인은 외부 모습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해주는 시각보조장치, 사지 가운데 일부를 잃어버린 장애인은 인공다리 등으로 대체함으로써 신체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로 복귀해 정상인으로 활동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
현대의학에서 의료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의사들이 각종 진단장비 및 치료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보유 장비와 종류와 첨단기능이 그 병원의 의료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환자로부터 인기를 끈다.
의료용 가상현실장치를 이용해 의사는 마치 자신이 직접 환자의 신체 내부로 들어가 장기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3차원의 입체영상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의사는 수술하기에 앞서 정확하게 미리 질병부위와 크기를 알고 정확한 수술계획을 세움으로써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커다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종전에는 발견이 불가능했던 미세한 병소들도 영상진단기기 기술의 발전으로 조기진단이 가능해지고 신체를 완전 절개해 내부기관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미세한 절개구멍만으로 편안하게 질병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의과학 기술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그 배경에는 엄연하게 첨단 의료기기가 존재하고 있다. 의료기기를 능숙하게 다루고 열심히 공부해 의료기기에서 보여주는 각종 데이터를 쉽게 알아보고 진단·처방하는 의사가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첨단 의료기기는 태어나서부터 무덤에 묻히기까지 질병없이 살면서 삶의 질을 높여주는 최상의 도구로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