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한가위다. 그 푸근함과 풍성함처럼 올 추석 극장가도 볼거리 풍년이다.
남북분단 문제를 미스터리·코믹 등 독특한 시각으로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와 뤽 베송 감독의 전작을 코미디로 되살린 「택시2」,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뜨거운 정사신이 화제가 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 짐 캐리의 코믹 연기가 돋보이는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등 애정·공포·코미디영화에 이르기까지 추석 연휴를 즐겁게 할 다채로운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추석 극장가의 화제작은 단연 한국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 남북분단같은 식상한 소재를 코믹 미스터리로 승화시킨 것이 흥미를 더한다.
엄숙하고 적막하기만 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남북한 병사들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이 곳에서 의문의 총기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조사하러 나온 중립국감독위원회 소속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 장 소령(이영애). 총에 맞은 북한 중사 오경필(송강호)과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남한 이수혁 병장(이병헌). 남북 병사들의 진술은 정반대로 엇갈리고….
그러나 주인공들이 극중에서 벌이는 사건이나 대사는 오히려 엉뚱하고 우스꽝스럽다.
원작소설 「DMZ」와는 달리 분단의 비극을 젊은이의 시각에 맞춰 코믹하면서도 냉소적으로 그리고 인간미 넘치게 그리고 있다.
「JSA」와 함께 시선을 모으고 있는 또 하나의 한국영화는 이현승 감독 작품인 「시월애」다. 「러브레터」 「동감」에 이은 청춘남녀의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 작품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주인공인 두 남녀가 나누는 애틋한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
어느날 미래의 여인으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은 주인공. 마치 예언자처럼 미래의 일을 속속 알아맞히는 그녀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고. 둘은 서로 과거의 상처를 얘기하며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큰 장애물이 놓여 있다.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그대안의 블루」 등을 통해 화려하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이현승 감독이 다시금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다.
우리영화에 맞서는 외화들도 풍성하다.
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된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은 성(性)에 탐닉하는 인간의 본성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 주연인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전라로 나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의사 빌 하터드(톰 크루즈)와 그의 아내 앨리스(니콜 키드먼)는 한 파티에 참석한 자리에서 각자 다른 이성으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받는다. 이들은 서로 자신의 욕망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하고 싶어한다. 빌은 우연히 상류층들의 비밀섹스 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들은 그곳에서 기이한 성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주체할 수 없는 성욕. 결국은 파멸로 치닫게 되는 과정을 밀도있게 잘 표현한 작품이다.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패렐리 형제가 만든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도 이번 추석연휴에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전혀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을 연기하는 짐 캐리의 표정연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로드 아일랜드의 베테랑 경찰관 찰리 베일리게이츠(짐 캐리)는 매혹적인 라일라(트레일러 하워드)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식날 신혼여행차를 운전하게 된 난쟁이 운전사와 신부 라일라가 함께 도망가면서 결혼식은 완전히 엉망이 된다.
결국 운전사의 세 아들까지 떠맡게 된 찰리는 자아분열증상을 나타내게 되고 착한 양아버지와 폭력적인 망나니의 극단적인 두가지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던 중 찰리와 그의 또다른 자아 행크가 우연히 만난 아이린과 동시에 사랑에 빠지면서 온갖 해프닝이 벌어진다.
짐 캐리와 패렐리 형제가 「덤 앤 더머」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는 화제작이다.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의 「택시2」도 「미, 마이셀프…」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다.
택시기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대니얼은 여자친구 릴리의 집에 초대된다. 그러나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무섭고 엄한 프랑스 군대 사령관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급속도로 얽히기 시작한다.
대니얼은 일본 국방부 장관의 영접에 늦어버린 릴리의 아버지를 태우고 공항으로 향하지만 야쿠자들에게 납치된 일본 국방부 장관은 그 자리에 나타나지 않고.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니얼은 거물급들의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면서 온갖 우스꽝스런 사건들을 겪게 된다.
막강한 위용을 자랑하는 탱크의 등장, 프랑스 시가지를 누비며 벌이는 자동차 추격전 등 갖은 물량동원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전작보다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이밖에도 공상과학영화나 스릴러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는 「U-571」 「할로맨」 등이 권할 만하다.
2차대전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의 잠수함을 실물크기로 재현해 만들어 화제가 된 조너선 모스토 감독의 액션 스릴러 영화 「U-571」는 각종 첨단장비를 동원해 실제 전투같은 긴장감과 흥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할로맨」은 미국 정부가 최고의 과학자들을 구성해 투명인간을 가능케하는 실험을 한다는 내용의 비밀 프로젝트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 주인공 카인은 투명인간을 만들 수 있는 약물을 제조, 고릴라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에 성공한다. 그러나 카인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고. 결국 자신을 시험해 투명인간이 되고 만다.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드는 폴 버호벤 감독의 아이디어가 재미를 더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