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3-신경제>신경제 동력 벤처기업

산업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IMF 이후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주체의 출현으로 우리경제는 지금 대변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디지털경제를 근간으로 한 신경제의 주체로 벤처기업이 전통경제의 대안세력으로 부상하기에 이른 것이다.

IMF 이후에야 비로소 벤처기업이 「재벌」로 상징되는 구경제의 대안세력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재벌」이란 존재가 더 이상 경제의 동력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 또한 최근이다. IMF가 재벌이란 존재가 잉태한 필연적인 귀결에 다름아니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한보사태나 기아사태가 구경제 체제간 갈등의 산물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

로 이 때문이다. 신경제 체제로의 변신을 시도하기보다는 기존 체제의 우열경쟁을 통해 주도권 확보를 노리다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진 것이 IMF란 설명이다. 삼성 등 재벌기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IMF 이후 벤처는 구경제와는 사뭇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우나

현대사태가 이전의 한보나 기아사태보다 규모나 파장이 훨씬 컸는데도 불구하고 벤처를 근간으로 한 신경제 체제가 이를 흡수했기 때문에 수습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벤처가 완충역할을 함으로써 제2의 IMF를 막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신경제의 동력을 벤처라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구경제의 일원들도 요즘 디지털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신경제의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얼마 전 증시에서는 벤처기업이란 명함만 내밀면 투자자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을 정도였고 아무리 전통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디지털경제의 근간인 「인터넷」이란 단어만 들어간 신산업을 육성한다 하면 주가가 폭등하곤 했다.

이에 따라 IT로 무장한 젊은이들의 벤처 창업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소기업청

에 따르면 지금까지 창업된 6000여개의 벤처 중 전자전기·반도체 분야가 22%, 정보통신·멀티미디어 분야 15%, 인터넷·소프트웨어 분야 12%, 기계·금속 분야 21% 등의 분포율을 보였다. 벤처가 이른바 IT라는 유망산업군을 만들어내면서 집중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다.

유망산업군, 특히 특정산업군이 집중적으로 발전하는 현상은 IMF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지식 자체가 재화화되고 정보처리와 관련된 소프트웨어·콘텐츠 및 사이버 분야와 같은 특정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신경제의 주축이 바로 벤처라는 점을 사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IT의 발전은 물론 특정산업군의 집중적인 발전을 가져왔지만 역으로 어느 한 분야의 기술개발에 머물지 않고 생명과 환경 분야로 파급되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한 생명과 환경 분야가 산업의 연쇄적인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산업 전반이 디지털이라는 신경제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IT의 발전으로 대용량의 다양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전달하고 분석하게 됨으로써 생명·환경 분야의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연구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대되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 유전자 게놈의 분석은 컴퓨터를 통한 정보처리능력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졌으며 각 부문에서 얻어지는 정보의 결합은 또다시 새로운 기술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IT가 신경제의 백본 역할을 한다면 인터넷은 신경제의 젖줄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깔림에 따라 디지털경제의 강점인 「속도」의 미학이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동시에 디지털경제의 위력이 산업 전부문으로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의 역할도 해냈다.

인터넷은 구경제 조직간의 경계를 없애고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는 가상기업까

지 만들어낼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터넷은 물론 각종 IT의 발전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구경제와 신경제의 경계선이자 연결고리를 해내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디지털경제의 「통로」라는 얘기다.

업계는 지금 디지털기술의 활용과 선점 여부에 따라 그 위상이 혁명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부가 소재, 단순 조립제품, 전통적 유통, 점포 위주의 금융 등은 성장이 지체되고 장기적으로는 쇠락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이를 잘 활용하면 폭발적인 성장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통경제의 주역」으로 지칭되는 구경제 주체들이 벤처로 대변되는 신경제 주체들을 거품경제의 주역으로 내모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나치게 가치론을 인정받은 벤처들을 역으로 제거해야 할 경제의 암적인 존재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업계에서는 구경제 주역들의 「위기감」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느 정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는 신경제 주체에 대한 구경제 체제의 반격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IT를 기반으로 한 신경제의 동력은 창의력과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다. 따라서 IT와 인터넷, 게다가 투명한 경영을 앞세워 벤처가 주도하고 있는 신경제로의 이행은 벤처만이 해낼 수 있다. 구경제의 주축인 「재벌」들이 디지털경제로의 이행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다가올 신경제 체제에서는 창의력과 속도성을 갖춘 벤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