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1-대통합시대>글로벌소싱 태풍이 분다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글로벌 소싱을 경쟁력 향상의 도구로 판단, 앞다퉈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소싱은 일정수준 이상의 품질을 지닌 원재료 및 부품을 필요한 시기에 유리한 가격으로 공급자로부터 사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파는 등 구매·판매를 포함한 기업활동 전반을 지칭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소싱이란 말 그대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원재료나 부품을 구매·판매 및 관리하는 행위를 이른다. 따라서 글로벌 소싱을 통해 업체들은 소싱의 원천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중시했다. 그러나 제품간 품질차이가 줄어들고 기업내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부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하는 글로벌 소싱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이같은 추세는 인터넷의 일반화로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기업들이 인터넷을 이용한 물품구매를 통해 운영비용 절감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소싱의 목적은 결국 원가절감에 있다. 글로벌 소싱을 통해 기업들은 제조원가에서부터 원재료 및 부품원가 등의 비중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유통상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대량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등 각종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가장 비용이 저렴한 지역에서 필요한 원·부자재를 집중적으로 조달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인건비 비중이 큰 신발·의류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기업들은 실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글로벌 소싱은 수평적인 형태와 수직적 형태로 나눠진다. 수평적 글로벌 소싱은 어떤 기업이 세계 각지에서 생산공장들을 소유, 경영하면서 이 공장들을 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공장들은 서로에게 유사한 혹은 서로 다른 완제품을 공급하고 공장들간 생산을 위한 원재료 혹은 완제품·생산량 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협력함으로써 네트워크 전체 관점에서 최적의 성과를 얻어낸다.

수직적 글로벌 소싱은 글로벌 기업이 경영하는 생산시스템과 그 생산시스템에 원재료나 반제품을 공급하는 공급자 그리고 생산시스템의 완제품을 분배하는 시스템 등 수직적 구도의 공급체계로 구성된다. 수직적 글로벌 소싱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자원의 조달 및 제품의 적시 판매 등이 중요하다.

최근 들어서는 사무실 관리에서도 글로벌 소싱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기업운영자원 관리대행업(ORM:Operating Resource Management)이 바로 그것으로,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는 것은 물론 컴퓨터를 통해 구매관리도 손쉽게 이뤄져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즉, 고객 기업의 수요부서가 관리업체의 홈페이지에서 필요 품목을 주문하면 관리업체가 이 내용을 주문처의 결제권자에게 e메일을 보내 승인을 얻은 후 주문받은 물품을 배송해 주는 것이다. 사무실의 각종 비품 및 소모품을 사는 것에서부터 사무실로 배달, 날짜별·주문자별 사용량통계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인터넷을 통해 대신 관리해 주는 ORM은 인터넷을 이용한 기업간 거래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글로벌 소싱에 위험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소싱은 우선 공급라인이 길어지고 재고수준이 높아지며 환율변동으로 인한 환위험에 노출돼 있는 등 자국 중심의 소싱보다 고려해야 할 요인이 훨씬 더 많다.

또 국제경영 활동상 나타나는 수송문제·경영의 특수성 및 이동의 제약, 언어·문화 등의 차이로 인한 문제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소싱이 주는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 최신의 재고통제 기법을 새로운 공급시스템에 통합시키고 있다. JIT(Just-in-Time)를 도입, 제조원가와 재고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업자와 부품공급업자들간의 관계를 시스템화해 글로벌 소싱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해외로부터의 조달은 JIT 시스템 도입을 가로막고 이에 따른 재고부족으로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글로벌 소싱을 추구하는 기업은 불확실한 국제경영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기대한 예측치보다 높은 상태의 안전재고를 유지하기도 한다.

당면한 어려움들을 하나씩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글로벌 소싱은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진척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세기, 산업 전반에 걸친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달라지는 시장구조:글로벌소싱Ⅱ(국내업계 현황)|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소싱을 도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한 공개구매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 근접한 전자관련 부문이 글로벌 소싱에 가장 빠르게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이 최근 들어 전세계 기업을 상대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우선 구매한다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공개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거래의 투명성 및 객관성을 유지하고 부품의 저가 구매를 실현함으로써 원가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통해 회사의 구매정책, 현지공장이나 국제구매센터(IPO) 등에 접촉할 수 있는 연락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거래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소개할 수 있고 인트라넷을 이용해 이들 거래희망 업체가 제공한 세부 정보를 구매나 설계전문 인력이 검토할 수 있다.

현대전자 역시 인터넷에 공개구매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부품의 공개구매는 물론 핵심기술의 공개모집 및 공개매각 등과 함께 협력사들간 정보교류가 가능하다. 현대전자는 이 시스템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모든 협력사들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이외에 LG전자가 글로벌 소싱을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 공개구매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 가운데는 LG홈쇼핑이 글로벌 소싱 시스템을 구축, 상품 개발의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품군별로 해외 유명상품을 총망라해 구축한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이용, 지난 몇 년간의 판매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상품기획 담당자들이 최적의 상품을 조달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글로벌 소싱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현대·대우·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GM·도요타·폴크스바겐 등 선진 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는 세계자동차정보통신망(GNX:Global Network Exchange)에 국내 업체들의 부품조달전산망도 통합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 시스템에 연계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보다 값싸고 좋은 부품을 신속하게 구매할 수 있으며 국내 부품업체들도 경쟁력만 갖추면 보다 수월하게 선진업체들을 대상으로 부품을 판매할 수 있다. 또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부품표준화 작업에 동참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계 업계 역시 글로벌 소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중공업 등이 공동구매·조달 시스템 구축, 웹EDI 시스템 구축 등 6개의 시스템 과제와 부품·제품 분류체계를 확립해 오는 2003년까지 추진키로 했다.

정부도 글로벌 소싱의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산업자원부 주도 아래 전자와 자동차·철강·중공업·에너지·조선·섬유 등 7대 핵심업종의 기업간 전자상거래 구축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사업이 민간 주도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소요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등 제도적인 지원도 해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에만 전자와 자동차 등에 정부와 민간이 합쳐 총 60억원을 지원하고 내년부터 2002년까지 이들 7개 업종 전반에 연간 200억∼300억원 이상을 투입, 전자상거래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같은 전자상거래망이 구축되면 물류 및 거래비용이 연간 5조원 가량 절감되고 부품의 공용화 및 부품정보 활용으로 부품업체의 사업기회가 확대되며 부품의 공동구매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탈바꿈시키고 부품 및 소재산업의 세계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