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장인정신과 틈새공략으로 승부해야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

벤처붐이 일었던 지난해에는 코스닥시장의 규모가 기존 증권거래소시장의 규모를 훨씬 앞지르기도 했고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벤처의 활성화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이와중에 굴뚝산업은 더 이상 가치없는 산업으로 외면당하면서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잊어버렸다. 기술개발과 품질혁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제조현장에서 흘렸던 구슬땀과 장인정신이다.

웬만한 사업을 벤처로 포장만 잘하면 순간에 일확천금을 거둬들일 수 있었다. 진정한 기업의 윤리와 가치관이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제 세계는 변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과 성공적인 신화는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초우량기업의 평가기준도 모호해졌다. 고객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할 수 없는 기업은 더 이상 설 땅을 찾을 수 없게 됐다. 우리 전자산업의 경우에도 성장하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의 한계가 뚜렷해졌다.

99년을 기점으로 전자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의 급성장과 이동통신 수요의 급팽창,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세계적인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의 급속한 확대와 IMT2000, 램버스 반도체 모듈, 디지털 TV를 비롯한 가전의 디지털화, 멀티미디어의 확대 등 전자산업의 미래는 밝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 산업의 속사정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경쟁력은 환율 덕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1985년 당시 일본의 환율은 1달러당 238엔이었고 원화는 1달러당 800원이었다. 현재 환율로 보면 일본은 1달러당 110엔으로 약 2.2배 절상된 반면 우리는 현재 환율 1120원으로 보면 39%가 절하됐다.

일본과 같은 상황이라면 1달러당 360원이 되어야 했다. 만약 1달러 460원이 되었다면 우리나라 기업 중 몇 개가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일본은 80엔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체질을 만들어냈다. 환율 변동에 따라 춤추어야 하는 우리의 경쟁력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외부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첫째, 기술과 품질이 기본이다. 끊임없는 부가가치의 창출과 제고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비중은 낮기만 하다. 어느 품목이든지 고유기술로 차별화하지 않으면 1등을 할 수 없다.

둘째, 생산성이다. 99년 우리나라 제조업의 설비투자 효율은 28.6%에 불과하고 부가가치율은 16.34%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1인당 명목소득은 월 평균 2200달러에 이르는 데 반해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뒤를 쫓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는 월 100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우리는 상품의 고부가가치화와 고임금에 상응하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셋째, 마케팅력을 키워야 한다. 글로벌화란 세계시장에 진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이다. 국제시장에 대한 감각과 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 우리의 경영여건은 고성장을 이룩했던 70∼80년대의 상황과 크게 다르다.

당시에는 냉전체제하에서 우방의 협력으로 비교적 안정된 시장이 있었고 중국과 동남아라는 절대적인 경쟁자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에서 선진국과, 가격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치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틈새공략밖에 없다.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싸구려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바꾸어야 한다. 이와함께 e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이미 증권시장의 사이버거래가 50%를 넘었고 인터넷에 대한 이용은 보편화됐다. e비즈니스의 중심축인 B2C거래는 물론 B2B 등 전자상거래의 표준화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의 협력도 보다 구체화돼 가고 있고 새로운 질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이에 대한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이러한 움직임에 둔할 수밖에 없다. 중소업체들도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는 ASP업체들과의 업무제휴를 통해서라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 격동의 21세기에 우리 기업이 사는 길은 시대적 흐름을 간과하지 않고 더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