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명문>가상세계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정기도 저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 중

『우선 가상세계의 경험은 실제 삶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한다. 또 가상인간을 통한 경험은 실제의 경험을 미리 모의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주는 대안적 경험이 될 수 있다. 둘째, 가상세계는 자기 실현 가능성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상세계에서 다중 정체성의 실현은 자아의 분열이라기보다는 자아의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가상세계는 사람을 환각에 빠뜨리거나 유폐시키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를 더 안전한 장소로 안내하는 과도적인 공간이며, 실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잠시 유예시킬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상세계의 특성은 우리에게 더 큰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셋째, 가상세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정체성은 익명성으로 인해 반사회적 행동들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익명성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대인기피증이 있는 사람이 통신의 비대면적인 관계에서 예리한 논객으로 변모하거나 아주 소심한 사람이 가상세계의 발언대를 통해 과감한 주장을 펼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경우 익명성은 대면성으로 인한 직접적인 권력관계에서 벗어나 잠재된 의식과 능력을 표출하는 장치가 된다. 게다가 익명성은 가상세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