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폭넓은 보급에도 불구하고 아직 적지 않은 프로 사진작가들은 아날로그 필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탁월한 해상도나 색감 등 필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사진에 대한 유혹도 만만치 않다. 신속한 처리 과정과 즉석에서 촬영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사진 데이터를 인터넷이나 통신을 이용해 간편하게 외부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카메라는 기존의 필름 카메라가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등장한 것이 바로 e필름(efilm)이다. 미국 실리콘필름테크놀로지(Solicon Film Technologies)에서 개발한 e필름<사진>은 말 그대로 기존 필름을 디지털화한 것이다.
겉모습만 보면 다소 둔탁하게 생겨 전형적인 카메라용 필름 같지만 필름에 고정밀 CMOS 센서가 부착돼 있어 카메라를 통해 투영된 이미지를 그대로 디지털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
크기나 형태가 기존 35㎜ 필름과 같기 때문에 캐논과 니콘 등 일반 카메라에 그대로 장착해 촬영할 수 있으며, 별도의 디지털 카메라를 휴대할 필요 없이 이미 쓰고 있던 카메라에 필름을 빼고 e필름만 넣으면 최고급 사양의 디지털 카메라로 변신할 수 있다.
e필름 내부에는 플래시 메모리가 내장돼 있어 촬영된 영상은 JPEG, TIFF, BMP 등의 파일 포맷으로 최대 300장까지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최대 130만화소(1280×1024 픽셀)의 해상도와 36비트 컬러 재생력을 지니고 있어 별도의 디지털 카메라 없이도 우수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실리콘필름 측은 강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작은 벤처기업인 실리콘필름테크놀로지의 CEO 케네스 페이는 지난 6월 가졌던 신제품 발표회에서 『e필름은 높은 영상 품질이 필요한 기존의 사진 작업과 신속하고 변화무쌍한 작업에 적합한 디지털 사진의 장점이 잘 조화된 제품』이라며 『프로 사진작가는 물론 아마추어에 이르기까지 e필름은 보다 폭넓은 가능성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실리콘필름측은 e필름의 매출액이 매달 200% 이상 상승하고 있고 투자자들의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