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프로게임 해설가, 감칠맛 내는 언어의 마술사

『자∼히드라, 대규모 러시 들어갑니다.』

『아∼네, 정면으로 가는 것은 무모한데요.』

축구나 야구 중계방송이 아니다. TV에서 벌어지고 있는 프로게이머들의 대결을 게임 해설가들이 실감나게 풀어주고 있는 장면이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게임 마니아들에게 게임 해설가들의 인기는 절대적이다. 게임방송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인기 게임 해설가가 프로그램 성공을 좌우할 정도다.

해설자의 스타일에 따라 게임을 보는 맛도 달라진다.

현재 국내에 게임 캐스터와 해설자로 활약하는 사람은 대략 20여명. 이 중 게이머 출신이 가장 많고 정통 아나운서 출신도 몇명 포진해 있다. 대부분 남성인 게임 해설가 중 유일한 홍일점은 스타크 여성부문 선수이면서 동시에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주씨.

『골!골!골! 골이에요.』를 외치는 김승범 해설자는 피파99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순간순간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는 축구를 현장에서 직접 보는 듯 생생하게 전달해 주고 있다.

아나운서 출신 해설가로 프리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정일훈 캐스터는 차분한 분위기로 정확한 상황분석을 해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현주 선수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갈고 닦았던 유창한 언어구사 능력과 아나운서를 방불케 하는 발음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베틀탑 광고모델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해설가의 생명은 무엇보다 시청자를 사로잡는 언변과 함께 게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내는 두뇌다.

꼼꼼한 데이터 분석에 따른 명쾌한 해설은 기본이고 프로게이머에게 성격파악에서 전략변화의 흐름을 꼭 집어 보는 이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야 한다.

게임 관련 게시판에는 게임 해설가들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패러디돼 올라올 정도로 게임 해설가에 대한 마니아들의 인기는 최고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팬클럽 결성 붐까지 일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남다른 아픔은 있다. 국내 게임 캐스터 1호인 정일훈 캐스터

는 지난해 초 게임 해설가로 나섰을 때 동료, 선배들로부터 『당장 때려치워라. 앞길이 구만리인데 게임을 진행하면 다른 프로에서 섭외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온갖 협박(?)을 받아야 했다.

또 세계적으로 게임을 스포츠 형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어 용어선택에서부터 진행형식까지 모두 처음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게임 해설가를 전문직업으로 보지 않으려는 사회통념도 게임 해설가들이 넘어야 할 장벽 중 하나다.

그러나 게임 해설가들은 축구나 야구 해설가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유명인의 대열에 들어가듯 언젠가는 당당히 인기인의 반열에 올라설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김영덕기자 yd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