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이달 초 앞으로 자국 정보기술(IT)정책의 뼈대가 될 기본전략 초안을 내놓았다. IT를 국가경제 재건의 견인차로 내걸고 있는 모리 요시로 총리의 자문기구인 IT전략회의가 수개월의 산고를 거쳐 내놓은 작품으로 확정안은 아니지만 일본이 앞으로 IT국가로서 걷게 될 미래의 밑그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초안은 인터넷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저가의 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이를 위한 제도 정비 및 각종 지원책 마련 그리고 조기 보급확대를 겨냥한 사회적 환경조성 계획 등 핵심내용들이 모두 인터넷을 정점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전자(e)정부는 이 초안의 인터넷 보급확대를 겨냥한 환경조성 대책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실천항목으로 설정돼 있다. 대국민 서비스가 네트워크 안에서도 이뤄질 수 있게 하면 국민들의 인터넷 이용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오는 2003년까지 e정부의 조기 실현, 이를 위해 그 기틀이 되는 관련 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해 법제화하는 것 등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일본은 사실 미국의 e정부 구상에 영향을 받아 지난 95년부터 「행정정보화 추진 기본계획」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e정부 사업을 추진해 왔다.
당시 일본의 e정부 목표는 전산화를 통한 행정업무의 효율화와 대국민 서비스의 질적 향상 정도로 소박했고, 그 실현 시기도 10년(2005년) 이후로 잡는 등 정부의 계획 일정도 다소 느긋하게 짜여져 있었다. 그러나 모리 요시로 내각 이후 일본의 e정부 프로젝트는 목적이 달라지면서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급서로 4월 출범하게 된 모리 내각은 행정 업무의 효율화 및 서비스의 질적 향상뿐 아니라 인터넷 보급을 촉진시키기 위해 e정부를 추진한다며 그 목적을 재정립하고 그 완성 시기도 2003년까지로 2년 앞당겼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8월 내년 정기국회에 e정부의 조기 실현을 위해 「e정부일괄법안(가칭)」을 제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법안은 소매업의 영업 인·허가 신청,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의 운임 신고 등을 서면으로 의무화하고 있는 현행 법령을 개정해 이들 업무가 e메일로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각종 서류의 날인을 종래의 인감을 대신해 전자서명으로도 가능토록 하며 각종 행정 수수료도 온라인뱅킹이나 전자화폐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각종 조달 및 세입·세출 사무도 전자화,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오는 2003년 완료를 목표로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수납, 연금·공공사업비 지불 등 정부의 세출입 업무를 전산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대장성·사회보험청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서면 데이터를 폐지하고 자기매체를 활용하는 데이터의 온라인 전송 도입 등 전산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갈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세출입 업무는 대부분 서면을 바탕으로 수작업으로 처리되고 있어 정부의 예금 계좌가 있는 일본은행은 물론 그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민간 금융기관의 업무 합리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출입 업무가 전산화되면 연간 약 400억엔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일본은행은 예측한다.
일본 정부는 이밖에도 각종 정보를 모든 정부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영상회의나 인터넷을 활용하는 재택근무 등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e정부 추진과 함께 주민등록 이전·여권발행 등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는 각종 업무도 전자화하는 「전자(e)자치단체」의 실현에 필요한 환경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2003년 실현을 목표로 추진되는 일본의 e정부는 향후 3년간 관련 시스템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 2조∼3조엔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후지쯔·히타치제작소·NEC·NTT데이터시스템 등 주요 IT 업체들은 사업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후지쯔의 경우 전액출자의 관련 자회사인 후지쯔금융시스템스와 후지쯔소시얼시스템엔지니어링을 최근 통합해 정부의 시스템 수요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업체제를 갖췄다.
NEC는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에 자사 시스템을 제안하는 전담 영업 부문을 발족시키고 e정부 시스템 수주에 본격 나섰다.
히타치와 NTT데이터도 전담인력을 증원해 사업체제를 보강하는 한편 자사 기술 및 시스템을 항시 볼 수 있는 전시관을 열어 대정부 홍보도 적극화하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