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관리(CRM)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LG그룹이 계열사 CIO를 대상으로 「2000 LG CIO CRM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LG그룹 CIO들은 계열사별로 도입한 CRM으로는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LG그룹 차원의 통합 청사진 속에서 계열사별 노하우와 능력을 공유해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룹 계열사들이 독자적인 CRM 방법론을 적용함으로써 일관된 고객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물론 계열사간에 고객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고객데이터 통합이 불가능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룹 차원의 「일원화된 방법론이 없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일기업 내부로 들어가면 그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부서별로 CRM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객DB가 구축되다보니 동일한 고객의 데이터가 산재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CRM 프로젝트라고 하면 부서별로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영업부서는 영업부서대로, 텔레마케팅 부서는 콜센터 위주로, 사이버사업팀은 인터넷 위주로 CRM전담팀을 구성하고 고객DB를 구축하면서 시스템을 완전 별개로 운영해왔다.
때문에 동일한 고객이지만 각 부서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는 각양각색이다. 부서별 고객데이터가 통합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일원화된 마케팅 전략 수립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의 불만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시벨코리아 장동인 사장은 『고객이 회사와 접할 수 있는 창구, 즉 프런트엔드의 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콜센터는 콜센터 담당부서에서 CRM을 구축하고 인터넷 관련 부서는 인터넷 부서별로 CRM을 도입하면서 데이터가 분산되고 있다』며 『고객이 어느 접점을 통해서 들어오건 일관된 고객관리를 위해서는 통합 고객DB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RM을 도입한 기업이 많다고 하지만 실제 성공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억원을 들여 CRM은 도입했지만 부서별로 보유한 데이터가 달라 투자한 만큼의 효용가치가 퇴색되는 것이다.
통합 DB라는 측면에서 데이터웨어하우징(DW)을 구축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기는 매한가지다.
생명보험사인 A사는 지속적인 고객유대를 위해서는 CRM이 필요하다고 보고 DW와 데이터마트를 기반기술로 활용해 CRM을 구축했다. 하지만 막상 운영하려고 보니 DW와 데이터마트간에 데이터가 연동되지 않았다. DW에는 주로 요약데이터가 축적되기 때문에 고객분석에 필요한 트랜잭션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운영계 시스템에서 데이터마트로 자료를 다운로드해줘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W만 구축하고 나면 통합 고객DB가 구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술적인 구조상 힘들다』며 『실제로 트랜잭션 데이터를 분석해서 성향을 분석하고 각종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데이터마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DW에 축적된 백엔드 고객DB와 실제 고객 접점인 프런트엔드의 고객DB는 일치되기가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