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열 메트릭스2B 고문(sy@texcom.com)
작년 말부터 섬유업계에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B2B에 대한 인식은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코스닥 및 IT산업 침체와 더불어 다시 기약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도대체 돈이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시장에 6개월 만에 30개가 넘는 섬유 e마켓플레이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더니 이제는 어디는 문을 닫을 것이고 어디는 인원을 절반으로 줄여 버티기 작전에 들여갔다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섬유는 산업특성상 수직적(vertical) 구조의 스트림(stream)으로 구성된다. 즉 원료에서 원사·원단·가공·제품·패션 등의 생산공정에 따라 구분되며 따라서 마켓플레이스도 공정별로 세분화돼 각기 전문화돼 있다. 업계의 영세성과 전문성으로 인해 전 스트림을 커버하는 마켓플레이스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일괄 서비스의 필요성과 B2B시장의 침체는 불가피하게 이들 세분화된 전문 마켓플레이스의 통합을 강제, 원료에서 패션 완제품까지의 전 스트림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 마켓플레이스」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각 개별기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마켓플레이스만을 통합해 스트림 분야별로 전문성을 가진 개별기업이 상호연동하는 체제로 운영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B2B 기업간 통합으로 기업규모의 대형화 추세로 나아갈 것이다. 개별기업의 독립성은 존재한 채 마켓플레이스의 공동운영이라는 온라인 차원의 통합에서 더 나아가 기업간 조직결합이라는 오프라인 차원의 통합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가 영세하고 수익구조가 취약한 대다수 섬유 B2B기업들은 불황에 취약하기 마련이고 혼자 힘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섬유 B2B시장의 어두운 전망과 자본시장의 불황, 과도한 경쟁환경은 이런 영세기업들의 통합을 부추겨 마켓플레이스의 대형화로 진행될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면 스트림상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통합으로 전 스트림을 커버하는 통합 마켓플레이스로 나가고자 할 것이다.
이제는 세계시장과 연결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 섬유산업은 기본적으로 수출지향적이며 합섬직물 위주의 산업이다. 수출이 전체생산량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합섬직물만이 그나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전세계 시장을 연결해 바이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력의 기본이 될 것이며, 이런 구조를 갖춘 마켓플레이스만이 생존할 것이다. 더구나 대규모 오프라인 바이어로 구성된 다국적의 글로벌 마켓플레이스가 진격해올 경우 그 위협은 엄청날 것이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의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기능과 조직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일부 온라인 기업들은 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 도대체 온라인 기업인지 오프라인 기업인지 구분이 어렵다.
다른 한편 상당수 오프라인 기업들은 기존 사업을 온라인화하고 조직에 온라인 기능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어서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화를 통해 e비즈니스 영역으로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향후 온오프라인 혼합형태의 기업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그러한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굴뚝산업으로 표현되는 오프라인이 주역이 됐던 80년대와, 인터넷과 IT기업이 주도하던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기업이 합쳐지는 융합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섬유 e마켓플레이스의 미래는 통합화·대형화·글로벌화·융합화에 달려있다. 이 과정에서 B2B 기업은 현저히 줄어들고 제대로 된 수익구조와 규모를 갖춘 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변화가 올 것이며, 업계의 인식도 빠르게 변해 섬유 B2B사업도 제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