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도서정가제 입법화에 반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온오프라인 서점을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했던 도서정가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문화부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도서정가제의 입법화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며 도서공급 중단으로 위기에 처했던 인터넷 서점들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도서정가제 입법화 추진 경위 =문화관광부는 다양한 도서의 출판을 보호하기 위해 「출판 및 인쇄진흥법」의 제정을 추진해 왔다. 문화부는 지난 9월 8일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며여기에는 할인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간행물의 정가판매제도(일명 도서정가제)」의 도입을 명문화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입법 예고된 후 정부 관련부처와 인터넷 서점, 소비자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문화부는 최근에 과태료 부과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마련해 내년 1월 상정을 목표로 입법화를 추진해 왔다.
◇규제위의 제동 =규제개혁위원회(위원장 이한동 총리)는 지난 22일 정부종합청사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문화부의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을 심의한 결과, 간행물의 정가판매제도를 규정한 제16조에 문제가 있어 이 제도의 입법화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최정 확정했다.
규제위의 한 관계자는 『비록 도서가 문화 창작물이긴 하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유통비용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획일화하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이고 소비자의 이익에도 반하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도서정가제를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부 반응 =규제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만약에 문화부가 규제위의 결정에 반대할 경우 재심사를 요청하는 등 대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부는 규제위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규제개혁위원회로로부터 공문을 받지 않아 공식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규제위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해 재심 청구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경우 문화부는 도서정가제 관련 조항을 삭제한 출판 및 인쇄진흥법 제정안을 상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향후 전망 =인터넷 서점측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출판업체들이 인터넷 서점측에 도서공급을 중단하는 등 강공을 펴온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도서공급을 중단한 한국출판인회의와 소속 출판들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조사에 있어서도 오프라인 출판 서점들이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인터넷 서점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최근 조사에서 오프라인 서점들의 불공정 행위를 확인하고 이르면 1월중 시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내려지면 대형서점들의 힘에 눌려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못했던 다수의 출판사들이 책을 다시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위의 결정으로 판정패당한 오프라인 출판사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출판인회의·종합서점협의회·서점조합연합회·서점도매유통협의회 등 출판관련 단체들은 여전히 도서정가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인터넷 서점에 도서를 공급하지 않고 있어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불씨는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최종 판결이 날 전망이다.
한국출판인회의의 한철희 정책위원장(돌베개 사장)은 『규제개혁위의 결정은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도서정가제마저 부정한 셈』이라며 『출판계의 문화적인 측면을 무시한 일방적인 시장논리 강요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앞으로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