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비디오 게임기시장 주도권 놓고 치열한 3파전

◆화려한 그래픽을 즐길 수 있는 비디오게임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약 490억달러로 추산되는 게임기(콘솔) 시장이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직장인들이 사무실 컴퓨터 등을 통해 즐기는 PC게임 시장(약 93억달러)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그림 참조>

이 시장은 소니가 지난해 내놓은 「플레이스테이션2」로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게임의 명가인 닌텐도가 각각 올해 하반기에 「X박스」와 「게임큐브」 등의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시장 쟁탈전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프랑스의 게임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 이다트(Idate http://www.idate.fr)의 최신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콘솔 시장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세가 드림캐스트의 실패

일본 세가가 지난 1998년 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가정용 콘솔 「드림캐스트(Dreamcast)」를 시판하면서 콘솔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북미 및 유럽의 게이머들은 128비트 기술을 채택한 이 게임기가 도착하기를 1년이나 기다려야만 했을 정도로 드림캐스트는 초기에 각광을 받았다. 드림캐스트는 그 이듬해 미국에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24시간 만에 30만 명에게 판매되는 등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가의 드림캐스트는 곧 게이머들의 관심권에서 밀려났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유럽, 일본 시장을 통틀어 550만대를 판매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세가는 3년간 연속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실패를 맛보았다. 올해 3월 31일로 만료되는 2000 회계연도에 세가는 221억엔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세가의 드림캐스트는 인터넷 서핑과 온라인 게임을 위한 모뎀을 갖추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지만 이 두 가지 조건으로도 소프트웨어 부족이라는 빈 자리를 메우지 못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세가는 최근 전세계 게임시장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가정용 게임 단말기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회사를 3개 사업부로 분할하고 콘솔 제조부문도 분리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관련기사 본지 26일자 1, 14면

세가는 가정용게임분야에서 앞으로 게임 개발은 관련업체에 공급하는 소프트웨어사업만 유지하고 아케이드 게임 사업에 주력하게 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행복한 출발

드림캐스트는 실패했지만 비디오게임기 시장을 확대하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경쟁 제품이었던 소니의 플레이스테션의 경우 게임광들로부터 폭팔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99년 말부터 세계 게임 시장은 플레이스테션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속모델인 플레이스테이션2를 출시하자마자 이를 사기 위해 전세계 게이머들이 장사진을 치는 등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는 특히 플레이스테이션2의 가격(299달러)이 드림캐스트(199달러)보다 50%나 더 비싸게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소니의 성공요인으로는 게임기에 장착된 DVD 플레이어와 함께 플레이스테이션1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을 약 2000종이나 제공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는 미국에서 발매된 지 하루만에 50만대가 팔려나간 데 이어 유럽 지역에서도 50만대가 모두 1주일 안에 팔리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플레이스테이션2의 재고가 모조리 바닥남에 따라 경쟁사들의 매출도 다소 늘어나기는 했지만, 비디오게임기 제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1이 플레이스테이션2의 빈자리를 채우며 덩달아 판매고가 치솟아 소니가 여전히 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소니의 완벽한 성공이었다.

△IT거인 MS의 진출·X박스

그러나 전세계 비디오게임기 시장을 석권한 소니에도 최근의 상황은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여 기뻐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바로 IT 거인 MS가 올해 자체 비디오게임기를 출시할 계획으로 있기 때문이다.

MS가 들고 나올 새로운 비디오게임기는 X박스(X-Box). DVD 플레이어, 하드드라이브, 온라인 게임을 위한 네트워크 카드, 플레이스테이션2보다 더 환상적인 그래픽 기능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소니는 고속 인터넷 접속 분야가 발전하기를 기다렸다가 자사의 비디오게임기에 모뎀을 장착하는 등 새로운 주변기기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소니는 MS의 콘솔 시장 진출이 임박해지자 오는 3월 일본에서 출시할 콘솔부터 하드디스크를 내장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밖에도 소니는 웹 브라우저와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기 위해 에르고소프트(Ergo Soft), 플래닛웹(PlannetWeb)과 최근 잇달아 제휴를 체결했다. MS가 최근 게임사업에 쏟는 관심에 비례해 소니의 수성전략도 치밀하다.

MS의 X박스는 올 가을에 전세계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소매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MS는 이미 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마케팅 예산으로 5억달러를 책정했다.

3DO 및 아타리(Atari)같은 미국 회사들이 80년대에 누렸던 황금기를 되찾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MS의 전략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높은 품질의 기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MS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앤비디아(nVidia)로부터 공급받고, CPU는 인텔, DVD플레이어는 톰슨멀티미디어(Thomson Multimedia), 하드디스크는 시게이트(Seagate)와 웨스턴디지털(Western Digital) 등 다양한 분야의 업계 최고 업체들과 초 호화판 게임동맹을 맺었다.

둘째는 개발자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MS는 비디오게임기의 성공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의 개수와 협력 개발사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MS는 게임 개발 키트에 마지막 손질을 가할 때 프로든 아마추어든 가리지 않고 개발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다. 이밖에도 MS는 새로운 디자이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창업보육(인큐베이션)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마련해 두고 있다.

세번째는 관련 업체들 사이에 게임 개발회사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다. MS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모의비행(Flight Simulator)」 및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 프로그램에서 이미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MS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액세스소프트웨어, 번지소프트웨어, 디지털앤빌같은 개발사를 잇달아 인수하고 있다. MS의 시작은 아주 고무적이다. 15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매달려 작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게임 개발회사 중 하나인 「일렉트릭아츠(Electric Arts)」도 이 팀에 가담했다. 이 회사는 X박스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게임 데모를 발표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역할을 분담해 즐기는 게임 「애시론즈콜(Asherons Call)」은 최근 이용자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약 22만 명).

△여전히 조심스러운 닌텐도

비디오게임기를 만드는 회사가 소니, 세가, MS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게임의 명가인 닌텐도도 최근 사운을 걸고 「게임 큐브(Game Cube)」라는 제품개발에 매달려 있다. 게임 큐브는 일본에서는 올 7월에, 미국에서는 10월에 각각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 큐브가 당분간 플레이스테이션2나 X박스를 위협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게임 큐브가 기술적으로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마지막 128비트 콘솔이라는 점 때문이다. 게임 큐브가 출시될 즈음에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닌텐도는 최근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 「포켓몬(일본에서 180만개 판매, 전세계적으로는 560만개 판매)」과 「마리오(일본에서 220만개 판매)」를 보유하고 있어 단연 앞서가고 있다.

닌텐도는 또 핸드헬드 비디오게임기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2001년 7월에 출시될 닌텐도의 차세대 비디오게임기인 「게임보이 어드밴스(Game Boy Advance)」는 닌텐도가 이 분야에서 여전히 최고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