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癒着<33>
『과찬의 말씀입니다. 제가 어떻게 그만한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식사를 하였다. 김성길이 칭송을 하였듯이 곰탕의 맛은 별미였다. 구수한 소뼈 냄새가 나면서 입에 감겼다. 옆에 앉아 있는 여자가 번갈아 가면서 젓가락으로 반찬을 떠서 김 총재의 입에 넣어주었다. 한 두번 받아 먹고는 김성길이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물러가게.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예, 맛있게 잡수세요. 그럼 우리는 이만.』
나이든 여자가 말하고 나갔다.
『내가 저 여자들에게 거짓말을 했지. 우리끼리 할 이야기가 있다고 안하면 쉽게 물러가지 않거든. 최 회장, 정치도 바로 이와 같은 거야.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쉽게 물러가지 않는다. 이건 매우 상징적인 일이지 않나?』
그는 나의 표정을 살피고 나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정치가 항상 거짓말로 이어지는 사기꾼의 집단이라고 생각하지는 말게. 거짓말이란 경우에 따라 필요하지만, 늘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이 사실이 되고 진실이 거짓말이 되는 경우가 있지. 이를테면, 늑대로부터 목장을 지키는 목동의 이야기처럼. 그래서 정치인은 항상 민중의 편에 서서 생각해야 하네. 정치인과 정치인 사이에서, 정적과 정적은 때로 거짓말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민중을 향해서는 항상 정직해야 하네. 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하는 정치인이 되지. 최 회장, 돈을 많이 벌어놓았다고 하는데 자산이 어느 정도 되나?』
뜻밖의 질문을 받고 나는 약간 당혹했다. 최근에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자산을 합산한 일이 있었다. 약 2조원이 넘어섰다. 자산이라고 해야 거의 주식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주가가 오르내리기 때문에 나의 자산이라는 고정관념의 액수는 있을 수 없었다. 밝히기 싫었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입을 열었다.
『제 자산은 모두 주식입니다. 그런데 주식은 계속 오르내리므로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두달만에 주식이 반으로 폭락하는 경우도 있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자산이 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모양이군. 사설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