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공황
마이클 만델 지음, 이강국 옮김, 이후 펴냄
미국 경제는 지난 10여년간 장기적 활황세를 구가해 왔다. 이같은 경이적 현실은 산업경제의 속성인 경기순환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환상을 불러 일으키기까지 한다. 유럽 경제의 정체, 일본 경제의 침체, 동남아 경제의 붕괴 등이 진행된 와중에 미국 경제만이 비교적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이례적 사실로 간주된다.
신 경제의 태동은 55년 8월, 지금은 아메리카온라인으로 병합된 넷스케이프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시기로 소급된다. 넷스케이프의 기업공개 이후 최첨단 인터넷 정보통신기술과 투기 자본이 결합된 벤처기업이 속출해 기존의 거대기업에 도전을 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자 마이클 만델은 98년 ‘비즈니스위크’ 커버스토리에서 신경제 화두를 제기한 장본인이다. 이러던 그가 신 경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저작을 통해 세인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화려한 변신이자 역설이다.
‘굴뚝산업’으로 상징되는 구 경제와 고도 기술산업이 주도하는 신 경제를 각기 자동차와 비행기에 비견하는 만델은 도로운전과는 판이한 비행상황에서는 대형 항공참사에 비견할 수 있는 추락 가능성이 내재해 있음을 역설한다. ‘모든 경제체제는 자체적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 보편적 명제로부터 신 경제 위기론을 끌어내는 만델은 특히 오늘날의 대호황을 야기한 바로 그 추동 요인에 의해 신 경제의 몰락이 자초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신 경제는 기술이 경제의 흐름을 좌우하게 된 기술시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혁신이 경제활동에 동조화돼 경기변화에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인류역사상 최초로 기술주도적인 신 경제체제가 구축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 경제가 기술적 위험을 감수할 만한 기업가 정신이 풍미하고 잘 교육받은 창의적 노동자층이 존재하며 혁신적 사업을 적극 지원할 금융시스템이 완비된 미국에서 꽃핀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적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 경제에 비해 신 경제는 성과면에서 월등하다고 알려지고 있다. 기존 제품이나 시장에 집착하지 않고 국가안보나 지역발전에도 연연치 않으며 마치 높낮이에 따른 물의 순환과 같이 오로지 예상수익이 큰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신 경제의 기축을 이루는 벤처캐피털의 속성인 까닭이다. 철저한 이윤동기가 투기자본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단성의 근원이다.
성장과 혁신에 대한 압력으로 신 경제 시대의 기업들은 미래 지향성을 견지한다. 당대의 상황에 적합한 제품에 집착하기보다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적 수요를 겨냥한 제품개발에 주력하는 것이다. 잠재적 경쟁이 부연된 이러한 경합시장적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마저 효과적으로 억제될 수 있다. 이것이 지난 10여년간 미국사회에서 발현된 신 경제의 모습이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 또한 깊어진다’는 상보론적 관점에서 저자는 신 경제 붕괴의 시나리오를 30년대 대공황 사태와 비교해 설명한다.
30년대의 대공황은 자동차의 생산감소와 자동차 주식가격의 폭락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한다. 이런 선도산업의 위기가 공황의 전조로 인식된 것은 1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한 이후였다. 신속한 대응의 부재로 경제 전반에 걸친 대공황이 초래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기술적 침체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호황은 급전직하로 반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따라서 공황은 흘러간 과거사가 아니라 대응 여부에 따라 언제든 돌출할 수 있는 ‘가능태’다. 더구나 수익체증적 속성이 배가돼 가는 오늘날 기업환경에서 닷컴 회사나 투자자들은 돌발적 충격에 대해 고도의 민감한 반응을 견지함으로써 사소한 자극이 엄청난 파장을 야기할 가능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도 국내외에서 신 경제는 실체를 확증하기 힘든 환상에 불과하다는 신 경제 부정론이 잔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델은 기술이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금융자본과 융합해 경기순환을 주도한다는 신 경제의 현존을 다양한 자료와 사례를 통해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대단히 가파른 성장세를 구가해온 신 경제는 그에 비례해 급속한 붕괴의 위험성을 지니게 됨을 ‘인터넷 공황’을 통해 주지시키고자 한다.
예측보다는 분석, 제안보다는 설명, 결론보다는 본론이 돋보이는 신 경제 해설서인 이 책은 개연성이 지닌 하나의 가설을 제시한 미래진단 작업의 소산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고려대 김문조 교수 pkim8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