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팀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도록 결정한 FIFA의 소식이 알져지자 벌써부터 월드컵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무려 1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 편승한 항공·여행업계는 물론 국내 IT업계까지 월드컵 특수로 들떠 있다.
29일 방한한 중국축구협회장이 “중국인들은 자전거를 타고라도 한국에 올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그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물론 월드컵이 특정 국가만의 잔치가 아닌 전세계인의 축제라는 점에서 너무 중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래도 실리를 따져야 하는 우리로서는 중국이라는 ‘빅바이어’에 기대를 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때마침 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휠쓸고 있는 한류 열풍까지 가세해 월드컵은 경기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희망’이라는 링거를 꽂아 주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 열기, 중국 특수의 한편에서는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야만’으로 매도하는 일부 국가의 비난 공세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한국의 보신탕을 비판해온 단골손님 프랑스와 미국이 연일 언론을 통해 ‘한국 때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판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고, 미국의 어떤 방송은 ‘적개심(?)’마저 불러일으킬 정도의 보도를 내보내 우리 교포들이 항의하는 사태까지 빚었다. 블래터 FIFA 회장도 보신탕을 근절하라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월드컵을 통해 국가와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려던 정부 및 국내 기업들도 걱정이 앞선다. 자칫 엄청난 돈과 인력을 쏟아부은 월드컵 마케팅이 타격을 입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잔인한 개 도살은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부 해외 여론의 악화를 막아 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대형 전자업체들도 이쯤에서 보신탕 논란이 종결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는 월드컵이 결정적 계기가 될 판에 엉뚱한 ‘변수’로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을 달가워할 기업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일부 외국 언론, 혹은 주요 인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 하는 ‘조급증’에 있다. 88올림픽의 ‘전례’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정부까지 나서 보신탕 문화 논쟁에 끼어드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질서 의식이 없다든지 범죄와 마약이 판을 친다든지 하는 인류 보편의 정서와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정부가 나서야겠지만 먹거리는 다르다. 음식은 문화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도덕성·보편성이 개입할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 기준이다. 그것이 또한 월드컵 정신이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은 좀더 의연할 필요가 있다. 개를 먹는다는 논리에 너희는 거위 간을 먹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고 꼬투리 잡기 논쟁으로 발전할 뿐이다.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외국과 외국인들이 인류 보편의 정서를 위배하는 것이지 우리의 잘못은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튼 ‘내 기준에 어긋나면 야만’이라는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나라를 대상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우리 기업들만 더욱 고달퍼질 것 같아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