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학계를 움직이는 사람들>(42)의료정보학

 의료정보학이란 환자의 진료·의학·교육·의료경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효율적으로 체계화해 관리하는 차세대 정보기술(IT) 학문으로 인지과학·교육심리학·의사결정이론·정보과학·컴퓨터과학 등이 총망라된 분야다.

 의료정보학의 응용은 컴퓨터와 정보기술을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하는냐에 따라 귀결지을 수 있다. 따라서 의료정보학계에서 활동하는 인력들은 대부분 의사 출신이거나 반의사(?)가 된 인물들이 많다.

 이는 의료정보학의 성격이 정보기술학문과 달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의료 환경을 모르면 결코 의료정보학을 실제 임상에 응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교실 곽연식 교수(64)는 지난 99년 우리나라 의과대학에 의료정보학 교실을 처음으로 개설, 우리나라에서 의료정보학도를 배출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해오고 있다.

 특히 분자생물학과 병리학을 전공해온 곽 교수는 미국 알바니 의대·클리브랜드 VA센터 등 미국 의료기관에서 전임 강사에서 병원장·대학교 총장 등을 거쳐 선진 미국 의료시장에서 경험해온 25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HL(Health Level)7의 표준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곽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의료정보 표준화와 관련, HL7표준안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우리나라도 임상자료 교환을 위해 자료항목·내용·교환 방식 등 여러 면에서 표준화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향후 국내 의료환경에 적합한 방법으로 HL7 표준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병원 조한익 교수(58)는 임상병리를 전공한 의사 출신이면서 IT 인력이 적임인 의료정보 실장까지 지낸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로서 임상병리의 의료정보 표준화에 선두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는 또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국민건강카드위원회’의 위원으로 2002년 11월 중순 위촉돼 복지부가 전자건강보험카드 사업을 효율적으로 펼치는 데 있어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김명기 교수(49)는 디지털 용어체계를 정립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 용어체계의 분야는 컴퓨터가 의학용어를 이해하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각종 서술형 진료기록·검사판독기록·의과학교과 콘텐츠 등 다양한 종류의 내용을 ‘하나의 틀’ 내에 컴퓨터가 알기 쉽게 저장하는 것이다.

 이미 의과학 분야에는 널리 사용되는 각종 분류체계가 있다. 질병 분류체계로는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병리학적 내용을 체계적으로 포함한 SNOMED 코드, 영국 의료체계에 적합하도록 개발한 READ 코드 등 많은 분류체계가 있다. 이들 전통적인 분류체계는 널리 사용되고 있어서 ‘의학적 권위’는 인정되지만 그 자체로서 컴퓨터시스템의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이들 분류체계를 연계·통합하기 위한 방편, 즉 컴퓨터 논리에 맞게 체계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과학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진료기록을 공유하거나, 전자의무기록을 만들거나, 진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전문가시스템 개발 등 의료정보의 많은 분야에서 필요성이 인증되고 있는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46)는 한국에 도입된 지 약 10년이 돼 이제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더이상 생소한 용어로 들리지 않는 원격진료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현재 환자가 있는 클리닉과 의사가 있는 원격진료센터를 전용선으로 연결해 영상회의와 원격진단기기를 통해 의사가 시행하는 진단방법 중 촉진·타진을 제외한 문진·청진·시진을 완벽하게 구현해 진료실 진료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의 원격진료를 구현하는 데 연구를 기울이고 있다.

 유 교수는 원격진료가 병원입원이나 특수검사 등을 시행할 수는 없지만 병원 외래나 의원의 면대면 진료의 60∼80%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은 조만간 원격진료와 e케어가 합병된 원격진료의 출범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환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주치의를 만나 최고의 진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중앙병원 민원기 임상병리학 교수(43)는 의사로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의학박사에 서강대 정보처리학 석사학위를 소유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업적으로 분야별로 정리해보면 검사정보표준화·의료정보공유화·환자서비스제공·의사서비스제공 등이다. 검사정보의 표준화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의사들이나 병원간 정보전달에 필수적인 기초작업이다. 병원간 검사방법과 검사값의 단위 등이 표준화되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오해와 더불어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정보산업과 인터넷의 기술발달, 무선통신의 발달로 의료정보시스템은 환자들이 무선으로 본인의 상태를 인지하고 의사들도 무선으로 환자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한다고 판단, 검사정보 표준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박현애 교수(44)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에서 보건통계·보건정보체계를 전공했다. 박 교수는 지난 87년 귀국 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보건소 정보체계 개발, 보건소 정보체계 표준화, 지역보건정보체계 개발, 129 응급의료센터 전산화 등 보건의료분야 업무 전산화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오다가 지난 92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간호정보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간호정보 응용분야에서의 업적은 간호실무 분야에서 환자분류체계를 이용한 간호인력산정 및 배치과정 전산화, 간호사 스케줄링 시스템 개발, 인공지능을 도입한 간호진단시스템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또 박 교수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 중 하나가 간호정보학 교육으로 학부 간호교육과정에 간호정보학을 포함시키고 대학원과정에 간호정보학을 하나의 전공분야로 개설해 간호정보학 학문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공학교실 최진욱 교수(39)는 의료정보학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용어인 전자의무기록(EMR:Electronic Medical Record)에 대한 연구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EMR는 의사가 직접 PC에 환자의 임상진료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력하면 이 자료가 모두 데이터베이스(DB)로 처리돼 전산화되는 의료정보시스템이다. 그는 환자의 임상정보뿐 아니라 개인의 건강에 관한 기록까지 총망라된 평생의 건강기록을 전산화하는 ‘전자건강기록(EHR:Electronic Health Record)’ 개념의 전자의무기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EHR 단계에선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의료인뿐 아니라 개인 자신이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카드 형태의 건강카드·인터넷 웹 페이지나 PDA를 통해 이동성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여대 컴퓨터공학과 이기한 교수(38)는 전자건강카드의 표준화분과인 국제표준화기구(ISO) TC215 워킹그룹 5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등 데이터 저장을 위한 보안표준·기본 데이터의 표준 등 전자건강카드의 표준화 작업을 위해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뛰고 있다.

 특히 의료보험증은 현재 많은 기관에서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 제시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인데다 개인의 많은 의료정보를 의료보험 IC카드를 이용해 기록하거나 처리할 경우 개인정보의 유출이 심해질 수 있어 개인인증에 관한 보안솔루션의 표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임창수 교수(40)는 지난 91∼92년 서울시한의사회와 전산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하면서 ‘한방용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한의학의 정보화 기반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소프트뱅크코리아·야후코리아 등이 우리나라에 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사업을 펼치는 총괄업무를 맡는 등 사업적인 감각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