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수요예보제` 문제 뭔가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SW)수요예보제도가 제도화됐다. 그래서 국가·자치단체, 공공기관은 매년 10월말까지 다음해 구입할 SW 구매수요 정보 및 SW사업 추진계획을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정통부 장관은 이를 SW사업자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 제도는 공공부문의 SW사업과 구매수요 등에 대한 정보를 받아 사업자에게 제공함으로써 협소한 국내 SW시장에서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는 것은 물론 정부의 SW구입 및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SW수요예보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다.

 그러나 올해 발표된 내년도 정부 및 투자기관의 SW예산 편성을 들여다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물론 오랫동안 꼼꼼한 예산을 편성해 온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등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정부투자기관들의 예산편성은 본래 목적과 차이가 있다.

 의무적으로 내야 할 SW구매계획이나 SW사업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관이 86개나 되고, 예산을 편성한 기관들도 대부분 내역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금액은 대개 백만원 단위로만 게재돼 있으며 그나마 ‘미정’이라고 적어 놓은 것도 한두곳이 아니다.

 제품구매금액을 만원 단위까지 자세하게 제출한 기관은 강원도체신청이나 국립보건원, 교원연금관리공단, 서울시시설관리공단 등 몇곳 되지 않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놀랄 만한 것은 제품가격이 구체적인 것은 고사하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최고 20배나 높게 책정하는 기관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점이다.

 ◇왜 그런가=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공공기관이 예산을 편성하면서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사를 거치지 않고 과거 데이터에 의존해 예산을 편성하는 ‘관행’을 보인 결과 편성된 예산이 실제 시장 가격에 비해 최고 20배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다.

 모 공공기관의 SW구매 담당자는 “아직 전체 예산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부 항목인 SW 구매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무리”라며 “전임자가 만들어놓은 자료를 보고 어림짐작으로 자료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수요조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면서 SW업체들은 ‘생색내기’ 사업 이상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SW업체의 한 관계자는 “막상 공공기관 영업에 들어가면 SW수요예보 결과와 다른 현실에 부딪힌다”며 “자료의 구체성과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올해 상반기에 SW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SW수요조사제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제도 자체를 알고 있는 업체는 63%에 불과하고 활용가치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에 그친다. 제도시행에서 보완해야 하는 문제점은 34%가 조사 내용의 불충분을, 32%는 조사 내용의 신뢰성 부족을 꼽았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행정기관의 이러한 주먹구구식 예산편성을 막기 위해선 제도보완이 시급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먼저 각 공공기관이 신뢰도 높은 예산계획을 짜기 위해선 조사시기의 조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 SW수요예보조사는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투자기관들은 사업계획과 그에 필요한 예산이 대개 1월에 확정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예산을 제출하려니 SW구매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각 공공기관이 SW수요예보제 시행기관에 제출해야 할 시기를 1월로 바꿔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10월말까지 SW구매계획을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는 SW산업진흥법 시행령 13조를 개정해야 한다.

 조사 내용의 질적 향상도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내년 구매 예정 수치뿐 아니라 올해 집행된 소프트웨어 구매 내역을 함께 게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올해 구매 예정 계획과 실제 집행 내역을 비교하고 여기에 내년 구매계획이 추가된다면 업체 입장에서 보다 구체적인 영업계획 수립이 가능해진다.

 공공기관의 구체적인 예산편성을 돕기 위해 수요조사기관인 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제품의 가격정보나 구매 모범사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최소한 이 작업이 선행됐다면 지나치게 부풀려진 예산편성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주장이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SW수요예보사업의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내년 3월까지 관련업계 및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