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맑음, 네트워크 흐림, 컴퓨터통신통합(CTI) 및 유무선전화기 비.
통신장비업계는 극명하게 엇갈린 성적표를 손에 쥔 채 한해를 마감한다. 이동통신장비가 중국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장비시장 개화와 북남미 수요증가에 힘입어 고속 성장을 구가한 반면, 여타 장비업체들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시름했다.
그렇지만 네트워크·CTI업계를 중심으로 기술 고급화를 실현하면서 시장회복 및 수요창출의 희망을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동통신장비=이동전화단말기와 시스템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돌파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년(74억2000만달러) 대비 27.4% 가량 성장한 수치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 분야에서 각각 4위와 9위 기업으로 성장한 데 힘입은 결실이다. 또한 현대큐리텔·세원텔레콤·맥슨텔레콤·팬택·텔슨전자 등이 이동전화단말기 수출전선에 가세하면서 전방위 해외시장 공략이 이뤄졌다.
특히 팬택과 세원텔레콤의 성장폭이 두드러졌다. 세원텔레콤은 1억8000만달러, 팬택이 2억5000만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를 비롯해 세원·맥슨텔레콤, 팬택 등이 유럽형이동전화(GSM)단말기 세계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들은 올해 GSM단말기 수출기반을 다짐으로써 내년에도 수출 고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이동전화단말기 내수시장은 연간 판매량 1300만대선에서 평년작에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봉쇄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자가격을 인상시켜 수요진작에 실패한데다 cdma2000 1x 컬러단말기 수요가 대중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cdma2000 1x 통신망 구축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단말기도 주력제품으로 급부상, 시장이 고수익 구조로 전환되는 성과도 있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3조8000억원대였던 이동전화단말기 및 시스템 내수생산액도 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국내 이동전화단말기산업계는 세원텔레콤과 맥슨텔레콤, 팬택과 현대큐리텔의 인수합병이라는 새 질서를 맞이했다. 즉, 연간 이동전화단말기 생산량 1000만대를 넘어서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강 체제가 견고해지는 가운데 중견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풀이된다.
◇네트워크장비=올해 국내 네트워크장비시장은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심한 침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고성장을 구가한 네트워크업계는 연초만 해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 매출목표를 크게 늘려잡았으나 경기위축으로 신규 설비투자가 급감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였다.
시스코·루슨트·노텔 등 선발 다국적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의 한국지사들은 본사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인원감축 및 한국시장에서의 매출부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국내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의 대부분도 시장위축으로 인해 사업확대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또 장비공급업체들의 매출부진은 네트워크통합(NI)업체들의 사업부진으로 그대로 이어져 주요 NI업체들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으며 수익성 또한 크게 악화됐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일부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활로모색에 나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앞으로의 사업전망을 밝게 하기도 했다.
또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메트로에어리어네트워크(MAN)와 광전송장비, 무선랜, 트래픽 분산 솔루션 등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시장은 점차 활기를 띠며 네트워크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MAN장비 시장은 올해 통신사업자들의 신규투자에 힘입어 시장도입기에도 불구하고 신규 유망시장으로 부상했으며 광전송장비시장 역시 통신사업자 및 대기업들의 통신망고도화사업 등으로 수요기반을 크게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무선랜시장은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 쾌속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100억원 규모에 머물렀던 국내 무선랜시장은 올해말까지 2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비공식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활발히 영업을 전개해온 대학시장과 일부 대기업, 그리고 백화점과 할인점 등 유통시장에서 무선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하반기부터는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 데이콤, SK텔레콤 등 대부분의 기간통신사업자가 무선랜을 이용한 공중망 서비스 검토에 나서면서 무선랜의 대중 인지도를 끌어올려 수요진작에 기여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유무선전화기와 무전기=일반 전화기시장은 올한해 동안 모두 105만대 가량의 전화기가 판매돼 지난해(110만대)보다 전체 시장규모가 1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올상반기부터 발신자표시(CID:콜러ID)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일반 전화기업계에서는 기존 전화기를 보유한 가정에서 CID전화기를 구입하는 대체수요가 대거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총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많은 실망을 안겨줬다.
또 올해는 LG전자·삼성전자·태광산업 등 대기업과 아이즈비전(한창), 이트로닉스(바텔), 데이콤 등 중견기업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모습이 연출돼 관심을 끌었다.
CID단말기나 전화기를 출시, 전화기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벤처 및 중소기업들 가운데는 서비스 활성화 지연 등의 이유로 매출이 오르지 않자 쌓인 재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전기시장은 생활무전기의 경우 모토로라가 생활무전기(FRS)사업을 포기하면서 태광산업을 제외하면 유니모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제이콤·메이콤·네모21 등 대부분의 중소업체가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또 수출을 지향하던 중소업체들이 미국시장 불황으로 내수로 대거 몰려 시장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각 업체의 순익은 점차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무전기시장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나 연말을 앞두고 태광산업이 산업무전기시장 진출을 선언, 내년도에는 시장판도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초고속인터넷 장비=국내 초고속인터넷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장비는 내수시장이 점차 포화상태로 진입함에 따라 관련업계는 물론 한국통신 등 통신사업자가 공동으로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케이블모뎀시장은 올해 하나로통신이 35만대, 두루넷이 50만대, 온세·드림라인 등 기타 사업자가 10만여대를 구입해 총 95만∼100만대의 국내공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CTI와 VoIP장비=지난해 시장규모 3000억원으로 100% 고속성장을 구가했던 CTI장비산업은 올해 2500억원 규모로 위축됐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금융권과 대기업의 콜센터 구축이 활기를 띠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TI산업은 첨단기술과 접목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한해를 보냈다.
고객관계관리(CRM)기능을 접목한 아웃바운드형 CTI솔루션을 비롯해 음성정보기술(음성인식 및 음성합성)과 결합되고 인터넷과 연계되면서 기술적으로 한단계 성숙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시장에서 신규수요 창출로도 연결되는 경향이다.
특히 CRM이 적극 도입되면서 단방향 소비자 불만 처리센터 역할을 수행하던 콜센터가 e메일·채팅·영상전송 등 인터넷기술을 활용한 다매체 고객접점센터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넥서스커뮤니티·로커스·앤써커뮤니티·엠피씨·카티정보통신 등이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CTI솔루션과 구축기술을 동남아·중국·일본 등지로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CTI산업의 미래에 푸른 신호등을 켰다.
올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됐던 음성데이터통합(VoIP)장비산업은 매출면에서 큰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전화서비스 전문업체가 지난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본격화한데다 연말을 기점으로 한국통신·하나로통신·온세통신 등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