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철 <이비즈라인 대표> sckim@ebizline.com
IMF 이후 침제에 빠진 우리 경제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벤처 붐을 타고 반짝했던 IT경기 역시 거품붕괴와 침제국면의 장기화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같은 IT업체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가끔씩 만나도 예전에 보였던 자신감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해 초 IT업계에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란 용어가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대체할 새로운 창조적 화두로 등장했지만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성공한 사례는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된다. 전문가들은 e비즈니스라는 생소한 개념이 정착하는 데는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며 어떤 이들은 우리 현실에 B2B를 적용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e비즈니스는 기업들의 정보화 도입을 독려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보화를 위해 기업 내부의 전산화와 협력업체간의 전산화, 업종 및 산업분야의 e커머스(commerce) 등 다양한 툴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자대비 효율성이나 경제적 이익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데 있다.
올 한해 IT투자 비중이 지난해 대비 30% 감소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이러한 정보화 마인드나 투자여력에서 훨씬 열악하기 때문에 정보화는 더욱 요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파악한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화, 중소기업에 대한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보급, 기업의 IT컨설팅, 더 나아가 각 산업의 업종별 네트워크 구축 및 표준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주도적인 참여는 마치 한국 경제의 근대화 과정에서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이 인프라로서 큰 역할을 수행했듯이 향후 우리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영향 탓인지 올 초부터 표준화의 ‘붐’이 일고 있다. 기존 산업의 정보화 작업에서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원자재, 부품, 최종 상품에 대한 표준화 작업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도 서서히 올바른 IT문화에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최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산자부 B2B 시범사업의 업종별 표준화와 전자상거래 포럼의 문서 표준화 작업 등에서 서서히 그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표준화 작업에서 그간 기준과 원칙이 미비한 상태로 다루어 오던 각종 속성정보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들도 농축산 등 업종별 시범사업체를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산업이 고부가가치화되기 위해서는 상품의 고급화가 우선돼야 한다. 고급화는 품질관리에서 나오는 것이며 속성에 대한 관리가 바로 그 고급화의 과정이다.
물론 데이터의 표준화만으로는 정보화 및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없다.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그 속에서 개별기업의 생산, 영업, 물류 등 각종 프로세스를 합리화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자기가 속한 산업의 병폐를 개선하기 위한 정보화 계획 및 로드맵을 수립,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산업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은 몇몇 업체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산업의 대표주자들이 공동의 노력으로 업계의 표준을 만들고 업계의 문제점을 제시, 그 해결책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때 그 결실을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교적 IT가 발전한 국가로 평가되면서도 기업의 e비즈 현실은 낙후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뿐만이 아니라 IT화의 주체인 전통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도 배가돼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매개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IT업체들도 단기적인 수익을 좇을 것이 아니라 공정한 룰에 따라 전통기업과 IT기업의 상호 발전 및 정보화의 확대 재생산이라는 큰 안목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