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삼성전자의 `독야청청`

 마이크론이 뛰고 있다. 인피니온과 협상을 벌이던 도시바를 낚아채 우군으로 만들었고 하이닉스와는 합병을 포함한 대단위 딜을 진행중이다. 결과야 어떻게 나오든 일단 힘없는 경쟁자는 퇴출시키고 나름대로 가치있는(?) 적들은 자신의 편으로 묶어 세계 D램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정부분 성과도 거뒀다.

 업계에서는 랭킹 2위 마이크론이 이처럼 D램 시장 재편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것을 두고 삼성전자의 입지나 시장지배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PC업체와의 협상능력이나 생산량 및 가격 조절 능력이 떨어져 부동의 1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강’ 삼성전자는 콧방귀를 뀌며 팔짱만 끼고 있다. 마이크론이 이중·삼중의 배수진을 치며 적들을 동지로 삼는 동안 삼성전자는 독야청청 홀로서기를 고집한다. 하이닉스의 제휴의 손길도 공식적으로는 차갑게 거절했다. 업계의 ‘근심’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자른다. 약자(弱者)간 이합집산일 뿐 일류로서 제갈길을 간다는 입장이다. 512M DDR SD램 출하와 300㎜ 웨이퍼 양산 등에서 보면 알 것 아니냐고 오히려 큰소리다. 심지어 삼성 임직원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더이상 D램 업체가 아니다”고 외친다. 반도체 매출이 급락해도 통신이나 디지털 미디어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우쭐댄다. 최근에는 한 술 더 떠 반도체 장비사업 진출설에까지 휘말렸다.

 그래서 ‘이같은 삼성’이 더 위태롭게 보인다. ‘종합전자부품 왕국’을 꿈꾸던 도시바와 NEC·히타치 등 일본 업체들이 두마리 토끼를 쫓다 D램시장에서 손을 들고 나갔고 네덜란드 필립스도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를 떼어내기 바쁘다. D램 사업을 포기하고 비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는 인텔이나 TI처럼 시스템LSI 분야에 대한 비전도 불투명하다. 또 도시바로부터 거절당한 인피니온과 대만업체들이 그냥 있을 리 만무하고 하이닉스와 막바지 딜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론도 여전히 불안하다.

 D램에 관한한 삼성은 분명 ‘막강’하지만 경쟁상대를 우습게 보는 자만은 금물이다. 터무니 없는 자신감도 버려야 한다. 삼성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유일의’ D램업체라 하는 말이다.

 <산업전자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