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교 KOTRA 사장
우리 나라에 외국인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외국인직접투자 통계(신고액 기준)를 보면 62년부터 97년까지 35년간 246억달러에 불과했던 것에 반해 98년부터 2000년까지 3개년의 실적은 401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성과는 국제통화기금과의 협약에 따른 대폭적인 투자개방조치, 정부의 적극적인 외자유치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외환위기 이후의 외국인투자정책은 그 이전과 질적으로 구분된다. 외환위기 이전에 외국인투자에 대한 경계감과 두려움이 컸다면 그 이후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장의 주된 동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라는 긴박한 상황하에서 취해진 불가피한 조치이긴 했지만 한국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홍보, 인센티브 제공 등과 같은 사전유치활동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기존 외국인투자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주는 사후고충해소(Aftercare) 서비스다. 이는 무엇보다 외국인투자의 상당부분이 기존투자가의 공장증설, 사업영역확충 등과 같은 증액투자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느끼는 기업경영환경과 생활환경관련 불만과 고충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그들에게서 증액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구전(口傳)효과다. 구전효과란 기존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가 대한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잠재적인 투자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시대에는 정보의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기존투자가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수많은 잠재투자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첩경이 된다.
정부도 이러한 점을 깊이 인식해 99년 10월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사무소’를 발족하여 외국인투자업체의 기업경영관련 고충은 물론 학교, 병원 등 생활고충에 이르기까지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소 이래 2001년 9월말까지 총 941건의 애로가 접수되었으며, 분야별로는 관세·통관, 노무, 세무, 법률 등의 순으로 고충이 많이 제기됐다.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기업경영환경이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글로벌스탠더드에 비추어 볼 때 고쳐야할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중에서도 과격한 노동운동,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을 비롯한 과도한 규제,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해외유명브랜드 등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미약, 맹목적인 국산품애용운동 등이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사무소에서는 지난 2년간 건축, 금융, 세무, 노무, 통관 등 관련분야 전문가를 외국기업의 홈닥터로 배정하여 고충을 해소하고 외국인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 왔다. 아울러 옴부즈맨사무소내에 ‘노무상담반’을 설치하여 노무애로를 겪고 있는 외국기업을 밀착지원하고 노사분규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힘써 왔다. 금년에도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사무소에서는 각 분야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기업현장방문을 통해 능동적으로 애로를 발굴하고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보다 심층적인 조사와 분석, 국제비교 등을 통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행의 개선에도 노력할 방침이다.
또한 편안한 가정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인식하에 외국인들의 주거 및 생활환경개선에도 앞장설 것이다. 사람이 살기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비로소 투자와 사업도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기업에서 한국발령이 본인에게는 물론 가족에게도 기대와 설렘을 불러일으킬 정도가 될 때 비로소 한국이 세계화된 투자처로서 대접받게 된다. 이를 위해 외국인학교설립, 병원이용, 각종 영문표기, 교통표지판 등 고충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개선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앞으로도 외국인투자 옴부즈맨사무소는 주한외국기업의 사업동반자라는 인식하에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제도와 관행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개선방안 제시를 통해 투자유치의 중추기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그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