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 정책 `오락가락`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잇단 심의 규정을 손질하면서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 행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는 최근 DVD 부가영상물에 대한 한글자막 처리 의무화 조항을 신설, 이를 등급 심의 규정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내년 초로 연기했다.

 또 영등위는 디지털식별 구분을 위해 내년 1월부터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의 재킷과 케이스에 의무적으로 바코드를 표시하도록 개정을 추진했으나 최근 이 조항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주요 현황=등급소위원회는 이달 초 심의절차 규정을 개정, ‘영상물, 비디오물, 게임물의 재킷이나 케이스에 바코드를 표시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신설키로 결정했다. 이른바 디지털식별 구분을 명시하고 있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뒷받침하고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게 취지였다.

 영등위는 그러나 관련업계의 반발과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문화산업진흥법 처리가 지연되는 등 논란을 빚자 불과 한달만에 이를 삭제키로 결정했다. 영등위는 이와관련, 지난 24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이같이 사실을 알리고 조만간 관보에도 게재할 방침이다.

 영등위는 또 DVD 부가 영상물에 대한 한글자막 처리 의무화 방침도 업계의 반발과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시행시기를 내년 1월로 미뤘다.

 ◇문제점=이들 제 규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DVD업계는 이의 시행시기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DVD 제작 과정이 최고 4∼6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유예기간을 크게 늘려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영상업체들은 내년 초 이같은 제 규정이 시행되면 DVD작품에 대한 등급심의 요청이 시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바코드표시제는 법적근거가 될 문화산업진흥법이 통과되면 어떤 식으로든 그 취지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업계는 프로테이프의 경우 판매용보다는 대여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규정 취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별도의 비용만 증가될 바코드표시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전망=영등위의 제 규정 신설 및 정비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반드시 도입돼 시행되거나 규정에 반영돼야 할 조항들이다.

 문제는 영등위가 충분한 사전 검토 작업없이 일방적으로 시기를 못박고 시행하는데 있다. 업계는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 규정을 신설할 경우 공청회 및 설명회를 거치는 등 여론 수렴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업계의 영등위에 대한 불신은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