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원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대외협력실장 joy@skylife.co.kr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된 이후 40여년 동안 요즘 같이 방송업계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큰 혼란이 야기된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전송’에 관한 방송위원회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역방송협의회에서 주장하듯이 위성방송을 통해 MBC나 SBS와 같은 수도권 지상파방송이 재전송될 경우 지역방송사들은 정말 그렇게 큰 타격을 입을 것인가.
방송위원회의 ‘2000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경인방송을 제외한 모든 민영방송사와 지역 문화방송은 당기순이익이 발생한 흑자 사업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사는 광고비 수준이나 제작비 현실을 감안할 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것이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채널 디지털위성방송사인 스카이라이프는 2002년 50만가구를 가입가구로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시청가구 1300만가구 중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케이블TV 520만가구(1·2·3차 SO 포함), 중계유선방송 500만가구의 가입자에 비교하면 위성방송 가입자는 미미하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이 지역방송의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울 뿐이다.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예측에 근거해 위성방송을 거대 사업자 취급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위성방송은 지상파·케이블 방송에 이어 지난 1988년 11월 민정당의 제13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독자적 위성보유 구상이 확정되면서 그 개념이 구체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정부가 ‘선진방송 5개년 계획’을 통해 매체간의 위상을 정립함에 따라 위성방송의 실체가 구체화됐다.
그리고 다시 4년 뒤인 1999년 2월, 방송과 관련된 정부·학계·업계 등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방송개혁위원회’에서 최종 보고서를 통해 “향후 우리 방송은 민주적 가치를 실현하고 민족문화의 창달에 이바지하며 새로운 시대의 전망을 제공하고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며 시청자의 권익신장에 힘써야 한다”고 그 이념을 정했다.
또 1999년 12월 28일 통합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해 2000년 3월 13일부터 효력이 발생함으로써 시장경쟁 원리에 입각한 방송산업의 경쟁체제가 구축됐다.
위성방송은 이러한 일련의 합법적인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부터 위성방송에 대해 논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상파의 재송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도 없다가 위성방송의 영업이 시작된 지난 9월 이후 갑자기 이 문제가 이슈로 등장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마치 위성방송 개국이 지역방송사 및 케이블TV방송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듯이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특히 위성방송을 통한 지상파 재송신이 현행 방송법의 미비점 때문이라며 이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울 뿐이다.
만일 현행 방송법에 대한 개정이 정말 필요하다면 우선 해당 방송 사업자들의 입장 및 의견을 충분히 균형있게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채널운용정책 등 ‘중장기 방송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1년 가까운 기간 동안 연구와 논의를 거듭했는데 한 나라의 방송의 근간이 될 방송법을 개정하는 데 이러한 연구나 논의의 과정을 대폭 생략한 채 성급하게 개정 논의를 진행시킨다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일방적인 행위라고 생각된다.
위성방송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21세기형 미디어다. 지역방송을 포함한 지상파방송이나 유선방송도 각각의 역무가 있고 이를 이용하는 수용자들의 생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21세기 우리의 방송영상산업의 발전과 시청자 편익 증대를 위한 매체간 균형이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