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고구마와 전자정부

 ◆<신철호 포스닥대표이사netclaus@posdaq.co.kr>

어린시절이다. 어머니가 삶아 주신 고구마 몇개를 장롱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다. 유달리 좋아했던 형을 위해 수업을 마치면 주려고 미리 감춰둔 것이었다. 그러나 일찍 잠에 들고 말았던 나는 다음날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고구마는 아궁이의 뜨거운 기운에 뭉그러져 옷과 범벅이 되었고 어머니는 아까운 고구마와 늘어난 빨랫감에 호된 핀잔을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 전자정부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며 우습게도 이 고구마 사건이 떠올랐다. 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국가 투명성, 효율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정작 수십억개의 웹사이트들 속에 숨겨져 이용되지 못한 상황과 흡사해서였다.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TN소프레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초고속 인터넷 이용률 1위, 정보화 수준 세계 4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사이트를 이용하는 인구 비율은 겨우 17%를 기록, 14위에 그쳤다. 만든 사람만 있고 이용하는 사람이 없는 예산낭비와 정부마케팅 부재의 대표적 사례였다.

 서비스는 그것이 정부 영역일지라도 ‘기획, 구축, 마케팅, 유지, 발전으로 이어지는 5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적극 홍보하여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첫째, 마케팅 부문의 예산과 담당자의 역할비중을 재배정하고 둘째, 시스템 개선만이 아닌 시도별 콜센터를 이용한 정부서비스의 포장과 고객관리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자정부를 이용하고자 하는 동기유발의 마케팅과 함께 정보화에 소외된 국민을 위한 교육과 인프라서비스를 제공하여 정보화소외층이 전자정부서비스의 소외층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쟁적 정부형태(competitive government)가 전자정부의 마지막 단계일 것이라고 가트너그룹은 주장한다. 즉, 전자시민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심지어 외국정부나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사용자의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 민간포털과 전자정부서비스의 협업체계 구축, 전자정부에 대한 5000명의 국민 패널을 조직했던 영국 정부의 노력에는 고객의 요구, 즉 시민의 요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정부마케팅의 지혜가 담겨 있다. 좋은 것은 널리 알려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 조상의 가르침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