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 이대론 안된다>(1)관료주의 심각

제2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러나 영등위는 위원회 구성이 바뀌면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도 공연윤리위원회 시절에 보여줬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민간기구로 탈바꿈했지만 실제 활동은 정부 산하 규제기관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관련업체는 물론 국민들의 불만이 상당히 높다.

 이달 초부터 본격 시행된 온라인게임등급분류제에 관련업계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자율심의 기구를 만들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영화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면서 영등위의 존재자체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영등위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

 업계에서는 영등위태생이 검열기관이었던 점을 들어 지나친 관료주의와 심의의 공정성 등은 물론 예산부터 업체의 심의료와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에서 독립하지 않는 한 영등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 제기는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등위가 현재 불만을 사고 있는 원인과 문제점 등을 총 5회에 걸쳐 진단하고 발전적인 변화 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고압적인 영등위 직원들의 태도에 주눅들기 일쑤입니다.”

 영상물 관련업체들이 지적하고 있는 영등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원회는 물론 내부 직원들까지도 심각한 관료주의에 빠져 심의업무 자체가 권위주의적으로 이루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등위 직원들이 민원을 처리하거나 외부 인사들을 대할 때의 모습은 영등위가 끊임없이 주장해온 민간기구라는 말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하는 A사의 한 관계자는 “영등위가 판정결과만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정확한 판정사유를 전해주지 않는데다 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도 ‘그런줄 알라’는 식의 대답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며 “보류 판정을 받은 경우 문제가된 부분을 수정해서라도 만들어 놓은 제품을 판매해야만 하는 것이 기업의 입장이라 이럴 때는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등급분류를 언제 어떻게 받느냐하는 것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되다보니 항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기업으로서는 이같은 영등위 직원들의 태도에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영등위 직원들이 심각한 관료주의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얼마전 한 일간지 기자가 ‘기자수첩’ 코너를 통해 영등위에 심의 관련자료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경우를 언급한 대목에서 잘 나타난다. 당시 영등위가 내세운 사유는 ‘일개 기자나 PD가 심의물 및 회의록을 열람할 권리는 없다. 기자가 열람할 수 있다면 아무에게나 다 보여줘야 하나’라는 것.

 ‘정보공개법’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영등위 운영규정 제15조에도 ‘회의는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영등위의 상식밖의 답변은 그동안 기업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영등위가 어느정도까지 심각한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등위가 ‘밀실심사’를 한다거나 공윤시절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영등위 직원 수에 비해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다보니 모든 기업이 원하는 대로 처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영등위의 임무도 영화·음반·비디오물·게임물 및 공연물과 광고선전물 등에 대한 윤리성 및 공공성 확보와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여부 심의이지 산업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영등위도 이같은 이유를 들어 영상물에 대한 등급분류 업무만 하면되지 기업들의 입장을 비롯한 다른 부분까지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등위에 대한 불만사항의 대부분이 영등위가 영상물에 대한 등급분류 심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영등위의 태도에 기인한다는 것은 문제다.

 더구나 심의 결과를 놓고 기업은 물론 국민들의 불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영등위의 심의 업무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영등위가 자신들의 주장대로 심의업무에 충실한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문화부가 영등위에 심의위원과 사무국 직원들의 청렴성, 친절도 제고와 민원 대처능력 향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