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개념과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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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신용카드가 휴대폰 속에?’

 신용카드라고 하면 늘상 ‘가로 54㎜, 세로 86㎜, 두께 0.76㎜’의 플라스틱카드를 떠올리던 사람들은 최근 이동통신회사들이 선보이는 칩카드 기반 모바일결제 서비스에 궁금증을 갖는다. 어떻게 카드를 손바닥보다 작은 휴대폰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마그네틱카드가 아닌 IC칩이 내장된 카드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기띠를 입히기 위한 널따란 표면적 대신 손톱만한 칩카드를 넣을 공간만 있으면 된다.

 IC(Integrated Circuit)카드란 말 그대로 집적회로 칩이 삽입된 카드다. 흔히 유사한 명칭들과 혼동되지만 칩카드라는 말로도 쓰인다. 자주 혼용되는 명칭 가운데 스마트카드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내장한 IC카드를 일컫는다. 컴퓨터의 두뇌인 CPU가 들어있어 ‘똑똑한’ 카드라는 뜻이다. 물론 CPU가 없는 IC카드도 있다. 메모리만 탑재한 초창기 비접촉식(RF) 교통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IC카드의 칩에는 CPU를 비롯해 메모리(램, 롬)가 함께 실리고 별도의 암호처리를 위한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같이 탑재되기도 한다. 현재 상용화된 제품 가운데는 무려 64 급의 메모리 용량에 32비트 CPU를 내장한 카드도 등장했다. 사실상 초창기 컴퓨터나 다름없는 셈이다. 덕분에 IC카드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난도의 암호처리도 가능해 보안성이 탁월하다. IC카드가 종전 마그네틱 카드를 대체해 미래의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개념적인 혼란을 자주 겪는 전자화폐는 모든 저장매체에 올라갈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IC카드에 저장되는 애플리케이션이면 카드형 전자화폐, 인터넷 전용프로그램의 일종이면 네트워크형 전자화폐로 분류되는 것이다. 유로페이(E), 마스터카드(M), 비자카드(V)가 합의한 차세대스마트카드기반금융서비스(EMV)’ 규격도 실은 IC카드 기반의 신용·직불카드 애플리케이션이다. IC카드 메모리에 저장될 수 있으면 금융 서비스나 로열티, 심지어 통신용 부가서비스까지도 제한없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IC카드는 지난 82년 프랑스에서 은행과 통신사업자가 금융·통신용 카드를 선보면서 상용화의 효시를 만들어냈다. 여타 IT매체의 역사와 비교하면 20년도 채 안된 짧은 이력인 셈이다. 그러다 지난 90년대 중후반경을 전후로 비자·마스터 등 세계적인 신용카드 브랜드들은 미주와 유럽·아태 지역에서 IC카드 기반의 신용·직불·전자화폐 시범서비스를 전개해 사업 타당성을 검증해왔다. 특히 카드 브랜드들은 위변조범죄 방지와 다기능카드 보급을 위해 지난 90년대말부터 IC카드 전환 프로그램을 선도해왔다. 유럽이나 비자·마스터 등이 IC카드에 매력을 느꼈던 이유는 다름아닌 강력한 보안성 덕분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지능적인 금융범죄가 횡행했던 유럽·미주·동남아권에서는 범죄예방 차원에서 IC카드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반면 국내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접촉식 교통카드가 주류를 형성해왔다. 잔돈을 소지할 필요없이 신속하게 교통요금 결제가 가능한 교통카드는 ‘편리함’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국내 사용자들에게 어필했다. 해외에서 보안기능이 주목적이었던 접촉식 IC카드가 출발이었다면 국내에서는 거래처리의 신속성을 내세운 RF IC카드가 태생이었던 것이다. 한국과 나머지 국가들의 IC카드 시장기반이 서로 차이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IC카드는 단말기와의 통신방식에 따라 크게 접촉식과 RF 방식으로 구분된다. 최초 유럽에서 태동했던 접촉식 IC카드는 고도의 보안성과 안정성을 기반으로 금융서비스 용도에 주로 쓰였다. RF카드는 13.56㎒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며 주로 10㎝ 이내 거리에서 신속한 정보처리에 활용된다. RF카드가 교통카드로 각광받았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하이브리드·콤비카드로 속속 기능을 개선시키고 있다. 둘다 접촉식 칩과 RF 칩을 동시에 탑재했지만 칩간 상호통신이 가능하면 콤비카드, 그렇지 않으면 하이브리드카드로 각각 분류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대부분의 교통카드는 RF 전용 메모리카드고, SK텔레콤의 모네타카드는 하이브리드카드, 최근 케이비테크놀러지 등 솔루션 사업자들이 선보이는 카드는 콤비카드가 주종이다.

 IC카드의 응용분야도 다채롭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범유럽이동통신(GSM)용 사용자인증모듈(SIM)카드가 가장 많은 수요를 차지한다. 전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이 SIM카드고 금융·의료보험·방송·교통·출입통제 등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활용분야다. RF방식 교통카드가 주종을 이루던 국내에서는 최근 1년새 하이브리드·콤비형 스마트카드가 눈에 띄게 보급됐다. 지난해 SK텔레콤과 KTF 등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이동통신용 제휴카드 덕분이다. 하지만 활용도가 높은 금융·의료 분야는 아직 걸음마단계다. 최근에는 은행의 전자통장, 자동차회사의 차량용 스마트카드 등 이색적인 상품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IC카드의 전통적인 보안기능을 강조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장 미국 국방부가 전자서명 기능을 넣은 IC카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을 비롯, 공항시설 등에도 출입통제 용도로 IC카드가 보급되고 있다. 또한 다국적 항공사들은 IC카드에 항공기 티켓과 신원정보를 수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소박스1> IC카드 표준화 및 기술개발

 지난 수년간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IC카드 분야에서는 업계 공동의 기술개발 및 표준화 노력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현재 대표적인 활동기관으로는 한국전자지불포럼이 있다. 지난 2000년 전자지불결제업계 협의체로 결성된 이 포럼은 현재 1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해 활동중이다. IC카드 분야에서는 크게 전자화폐 분과위원회와 교통카드 분과위원회가 각각 기술개발과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올해 추진된 표준화 작업만해도 굵직한 성과물을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 교통카드 호환을 위한 ‘표준보안응용모듈(SAM)’ 개발이다. 교통카드 표준SAM은 정통부 지원아래 몬덱스·비자캐시·K캐시·에이캐시·마이비 등 5개 민간 전자화폐가 모두 참여한 공통의 기술규격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전국 교통카드 호환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화폐 분과위원회에서는 현재 IC카드형 전자화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통 단말기 표준을 만들어냈다. 전자화폐 종류가 다르더라도 한 단말기에서는 5개 전자화폐를 모두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비자인터내셔널이 제안한 전자화폐 규격인 ‘CEPS’, 유럽식 전자화폐 표준인 ‘CEN’을 각각 국내 환경에 접목한 각종 표준안을 개발했다. 전자지불포럼은 또한 국내 기술을 해외 표준과 연계하기 위한 대응도 활발히 진행했다. 세계 신용·직불카드 표준규격인 EMV와의 연계 노력이 대표적이다. 포럼은 지난 9월 미국 현지에 대표단을 파견, 차세대스마트카드기반금융서비스(EMV) 규격의 주관기관(EMVCo)에 한국 현황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 결과물의 하나로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손쉽게 EMV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테스트·인증센터 설립을 추진중이다.

 

 <기고> IC카드 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

  정교일 ETRI정보보호기술연구본부 정보보호기반연구부장

 

 IC카드는 미래의 휴대형 정보 저장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세계 수준에 견줄 만한 기술역량과 산업기반을 다져왔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세계적인 칩 메이커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전문업체가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체질을 개선해야 할 분야가 여전히 많다. 이미 보급된 카드의 대다수가 외산인 데다 활용분야도 교통카드나 일부 대기업의 출입통제 등 제한된 영역에 머물러있다. IC카드는 칩에서 응용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일정 시장 규모 이상이어야 산업토대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아직은 자생적인 민간 수요나 대규모 프로젝트가 없는 게 한계다.

 이제 국내 IC카드 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를 위해 몇가지 시급한 과제가 있다. 우선 현재의 산업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은 2000만장 이상 보급된 전국 교통카드의 호환과 이를 뒷받침할 ‘표준보안응용모듈(SAM)’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초창기 RF 메모리카드에 머물던 교통카드는 최근 CPU가 내장된 접촉식카드 기능으로 확대되면서 범용 전자화폐로 활용성을 넓히고 있다. 표준SAM을 발판으로 전국 교통카드가 호환되고 전자화폐의 기능성이 가미되면 현재의 인프라 자원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체계적인 산업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IC카드와 관련한 핵심기술의 개발을 독려하고 국내 기술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정보통신부·행정자치부가 추진중인 전자공무원증 사업도 의미가 적지 않다. 또한 관계 법령 및 제도를 면밀히 검토해 산업발전 추세에 맞는 정비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과제는 우수 전문인력의 양성이다.

 IC카드는 정보화와 더불어 날로 중요성이 점증하는 정보보호 환경의 핵심 솔루션이다. 따라서 암호·회로설계·공정설계·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소요되며 연구기관들도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