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과기협력에 거는 희망

◆서승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seun@etri.re.kr

 남북간 교류협력은 현 정부의 적극적인 대북정책에 의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소식과 남북의 교류동향을 보면 대치와 대화, 흐름과 막힘이 교차하는 형국이다. 남북경협을 비롯해 민간부문에서 추진하는 각종 교류는 아직도 일관성과 지속성이 없는 일과성의 행사로 그친 경우가 많다. IT를 포함한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는 모두가 비공식적이거나 중국, 일본 등 제3국을 통하여 이뤄졌다. 남북 합의서에도 정보통신, 과학기술의 교류증진을 위한 내용이 있지만 구체화한 것은 아직 없다.

 독일의 경우 과학기술 교류가 통독 이전에는 서로를 이해하는 촉매로서, 통독 이후에는 동독의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학기술의 교류는 정치적, 군사적 관점을 떠나 상호 관용적 배려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능동적 태도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다행히 북한의 지도자들이 과학기술, 그 중에서도 IT를 경제발전의 핵으로 주목하고 있으며 정책에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 개성의 공업지구, 금강산의 관광지구, 신의주의 경제특구 등 생소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북한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개성지구는 통신에 관한 합의서를 통해 정보통신망의 개방적 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가능성의 연장선에서 과학기술의 교류도 간헐적인 만남이나 방문에서 벗어나 분야별로 학술회의 공동개최, 공동연구 더 나아가 연구 및 학술기관 사이의 협력 활동으로 발전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교류협력의 확대를 추진함에 있어 고려돼야 할 점은 첫째, 상호이익이 되어야 하며 둘째, 정치적·군사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이를 제도화하여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고 셋째, 교류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공식기구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한이 좀 낫다고 해서 준다고 생각한다면 교류의 의미는 축소된다. 서로가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할 때 바람직한 형태의 교류가 성취된다. 문제는 거의 모든 IT분야에서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수준이다. 이러한 경우 교류협력보다 일방적인 기술의 이전이 되기 쉬운데, 이는 교류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도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일방통행 방식의 교류보다는 동북아 경제권의 구성원으로서 양측이 각자의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술협력이 되어야 하며, 하루 빨리 구체적인 협력과 분업전략을 도출해 내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 협력은 기술의 이전, 공동개발, 확산을 위해 기술주체간 접촉과 왕래가 수반된다. 서로 오고 가기가 어렵다면 신의주에 이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특구, 비무장지대 일부를 관통하는 서안과 동안의 육로 연결 등을 통해 특수 공동연구단지를 조성해 남북의 연구진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지역 안에서는 기술정보의 교환, 공동연구, 기술교류 등 비군사적, 정치적, 활동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상이 결실을 맺으려면 제도적 기반과 공식기구가 참여해야 그 추진이 원만해질 수 있다. 육로의 개통, 특구의 개방 등 우호적인 시도에 이어서 남북간 연구, 기술교류의 장도 일회성이나 ‘깜짝 쇼’와 같은 행사가 아닌 지속성을 견지해줄 양측의 공식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도록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야겠다. 또 북한의 과학원 및 연구기관과 남한의 국책연구소 및 민간 연구소간 자매결연을 통한 교류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최근에 남북경제협력제도실무협의회가 처음으로 열린 바 있다. 이를 통하여 남북 IT교류에 대한 공동노력을 위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천가능한 방안들이 제시되었으면 한다. 과연 서로의 벽을 허무는 진통과 시행착오를 어떻게 줄이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해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우리의 바람이 바람에 그치지 않고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우리가 고대하는 희망의 불씨를 크게 지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