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을 사양산업이라 했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더 이상 팔 곳도, 신시장을 창출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 제품에 부가가치를 얹어 새로운 돌풍을 몰고오리라 예견한 사람도 드물었다.
김쌍수 LG전자 사장(58)은 달랐다. 가전제품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문명의 이기며 끊임없는 기술발전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유의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뒷받침됐다. 결국 가전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제어하는 ‘꿈의 가전’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냉장고를 비롯한 홈네트워크 가전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영국·멕시코·호주·스페인 등 시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업그레이드된 ‘LG’ 브랜드 이미지는 그의 열정에서 출발했다.
그뿐인가. 2000년과 2001년 연속으로 세계 가정용 에어컨 시장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도 가정용 에어컨 세계 시장 제패신화는 계속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누구나 사용하는 세탁기에 ‘패션’ 개념을 도입해 드럼세탁기를 ‘갖고 싶은’ 가전제품으로 격상시켰다. 이미 나와 있던 제품에 ‘트롬’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시장은 그의 ‘작품’을 받아들여 시장점유율 1위라는 선물을 안겼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과 경쟁할 차례다.
얼핏 보면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 사람. 평소엔 격의없이 직원들을 대하는 소탈함과, 일단 맘먹으면 반드시 해내고 기업의 혁신을 끊임없이 주창하는 두 얼굴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하는 김 사장은 ‘가전왕국 한국’을 21세기에 부활시킨 주인공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