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구호는 요란한데 실속이 없다’.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올해 주요 사업이 대부분 표류하면서 네트워크업체들 사이에서 조합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연구조합은 올해 국내 네트워크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및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BTJ(Broadband Technology Japan) 2002’ ‘대한민국 네트워크 기술대전’ ‘E실크로드’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잇따라 기획·추진했다. 그러나 준비 부족에다 업계의 호응미비 등으로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장비업체들의 일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BJT 2002는 지난 5월 말 도쿄 및 오사카 등지에서 국산 장비전시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에다 국내 업체들의 참여 부족 등으로 무산됐다.
또 네트워크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획된 ‘대한민국 네트워크 기술대전’는 준비 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중앙아시아·유럽시장 개척을 목표로 국내 장비업체들의 수출지원사업으로 시작된 ‘E실크로드사업’은 우즈베키스탄 등을 중심으로 시장조사 및 국내 업체들의 진출지원사업이 추진됐지만 일이 성사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연구조합은 예산 및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연구조합의 연간 예산은 약 14억원이며, 인력은 7명 수준으로 사실상 자금 측면에서 행사를 독자적으로 기획·추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통부 산하 단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통부 업무 처리를 대행하는 사례가 많아 적지 않은 업무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체적으로 NGN포럼·MPLS포럼 등 정통부 이름으로 진행되는 행사 관련 업무를 거의 연구조합이 떠맡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연구조합이 이 같은 일을 스스로 감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보낸다. 업무를 추진하고 사업을 확대하는 데 정통부의 원할한 협조를 얻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연구조합이 7년이라는 연륜에 걸맞은 위상을 다져 네트워크업계의 명실상부한 협의기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엔터프라이즈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