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새 정부의 과제

◆박영준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ypark@snu.ac.kr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다. 승자와 패자가 판가름난 만큼 누구를 지지했느냐에 따라서 국민 또한 판이한 정서를 가질 것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서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의 방향, 이에 준거한 바람직한 승자와 패자 그리고 국민의 자세에 대해서 점검해 보도록 하자.

 누가 승자가 되느냐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의 빠른 정치적 성숙에 대해서 같이 기뻐하고 의미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 우리는 건전한 비판에 근거한 국민적인 정치적 성숙도를 경험했다. 소위 정치적 아노미 현상인 지방색·마타도어 등이 사라지고 정책대결 및 후보자의 과거실적에 근거한 도덕적 점검 등이 표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을 목격했다. 사회의 네트워킹화에 의한 여론 확산채널의 다양화, 월드컵을 계기로 건전한 시민정신의 발로가 정치적인 힘을 발휘한다는 경험을 했다. 더 이상 단순한 감정에 호소해서는 지지를 받을 수 없음을 값진 경험치로서 축적하자.

 승자는 대선에서의 공약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공약의 단기적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정책의 실패를 가져온 경험 때문이다. 공약이 주는 방향과 비전에 대해서 표를 받은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승자의 짐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및 교육의 관점에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첫째, 한국이 향후 20년간 추구해야 하는 경제·사회·외교·문화적 틀은 역시 국민 각 개인이 창출하는 부가가치에 의해 성취될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교육 및 인재 등용채널의 개선이다. 높은 교육열과 이에 근거한 지엽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틀에 대해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아킬레스건이 대학입학이라는 계기가 주는 인생의 결정요인에 대해 과도한 긴장상태에 있으며, 이를 발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성공을 위해 문제인식을 위한 국민의 여론형성 노력 또한 중요하다. 또 국가 인재등용 시스템의 과감한 개선 그리고 일부 직종의 과도하고도 근거없는 매력요인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틀 내에서 세부적 교육 및 이공계 인재유입 정책방향이 정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국가방향의 재정립에 대한 새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 정부가 내세우는 2만달러 시대의 구현이 더 이상 국가목표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선거기간을 통해서 경험했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에 대한 군소정당의 요구 및 여론의 지지 그리고 최근 촛불시위로 상징되는 국가 자존심 회복에 대한 열망, 옛 덕수궁 터에 추진되는 외국인 아파트 건립에 대한 여론의 악화 등이 발전적 방향으로 자리잡기 위한 새 정부의 경제 및 외교적 정책 정립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정부패에 대한 개선이다. 승자·패자가 될 어느 후보 및 그 측근도 이 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이제 제도개선과 합의를 통해서 부정부패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승자는 지난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들이 가지고 있었던 숙제, 즉 절대빈곤·독재·외환위기에서 자유로우며 세계 일류 정보기술·나노기술·생명기술 그리고 사회인문 지식인들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훌륭한 정부를 만드는 것은 승자의 몫이기도 하고,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다양한 공약의 단기적 성취를 자제하도록 하는 것, 다양한 요구분출의 자제를 통해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쓰고 싶지 않은 용어지만 이번 선거 패자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정당한 정책의 끊임없는 개발을 통해 승자를 견제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역사는 영원한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