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IT]차기 수종산업을 찾아라

 ‘차기 수종산업의 발굴과 육성에 사활을 걸어라.’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경제의 국제적인 위상은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저임금을 바탕으로 저가상품을 생산하는 국가라는 인식을 받아왔으나 현재는 고급두뇌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만드는 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이처럼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시장을 호령할 수 있는 상품들을 대거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부터 정보화와 지식화로 특징지어지는 세계산업의 신조류에 맞춰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 중심의 실물생산에서 과감히 탈피, 정보기술(IT) 기반의 신기술 개발에 의한 생산성 제고와 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로 탈바꿈해 이를 수종산업으로 육성해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이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노트북 디스플레이, 컬러TV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IT강국의 위상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21세기 디지털환경은 급변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수종산업을 찾아 육성하고, 또한 현재 각광받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산업을 수종산업으로 육성하지 않는다면 일순간에 IT후진국으로 몰락할 수 있다.

 ◇차기 수종품목은 어떤 것이 있나=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수종상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가지 품목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비메모리반도체,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수신기, 셋톱박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개인휴대단말기(PDA), 전자의료기기 등을 들 수 있다.

 비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그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치중해 현재는 경쟁력이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품목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비메모리부문의 성장률을 16%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점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산업 태동기인 60∼70년대에 비메모리반도체에 기반을 둔 반도체공장을 대거 세웠으며 이를 통해 비메모리 분야에 정통한 인력들을 대거 양성했다. 비록 80∼90년대들어 역량을 D램에 집중하면서 한국을 대표할 비메모리사업군을 발굴하지 못했다. 하지만 범산업계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국을 대표할 비메모리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전략제품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DAB 수신기도 수종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상품. 단순한 오디오서비스에서 탈피해 데이터방송·동영상을 수용하는 ‘보고 듣는 방송’인 이동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 앞으로 2∼3년 동안 초고속 인터넷 규모의 산업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DAB는 지역적 무료방송을 실시하는 지상파 DAB를 일반적으로 지칭하며 최근에는 위성과 지상망을 동시에 활용해 멀티미디어 유료방송을 지향하는 위성 DAB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PDA도 차기 수종산업으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동안 PDA는 이동성이 높다는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무선 인터넷 속도가 낮은데다 음성통화가 안되는 등의 문제점으로 단순히 ‘전자수첩’ 정도로만 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CDMA 모듈을 탑재한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PDA가 이동전화와 PC를 대체하는 차세대 정보통신기기로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PDA 보급률이 크게 늘어날 것이며 특히 인터넷 접속을 위한 용도로의 활용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셋톱박스시장도 디지털 및 위성방송의 확대실시와 디지털TV 보급 등에 발맞춰 급성장하고 있어 차세대 전략상품으로의 육성이 요망된다. 이미 위성방송용 셋톱박스의 경우 내수시장 규모가 2001년 300억∼400억원에서 지난해 850억∼1000억원 규모로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수출도 지난해 6억400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20% 이상 증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케이블TV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도 올 3월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도 점진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가기 때문에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지금은 무역역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전자의료기기 분야도 향후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다. 특히 초음파영상진단기·환자감시장치·전자혈압계·엑스선진단기·자기공명영상진단기 등 국산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들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뒤따른 다면 차세대 수종품목으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DVR도 수종산업으로의 육성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품. 특히 국산 DVR의 화질이 DVD급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업체가 주도하던 고급형 DVR 시장에 국산제품 진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DVD급 화질을 실현하려면 해상도를 높여도 파일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압축기술과 16채널 제품을 기준으로 480프레임의 영상녹화를 해내는 동영상 처리기술이 관건이다.

 ◇수종상품 어떻게 만들어지나=국제적인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들 상품이 한국을 견인할 수종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그리고 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부는 먼저 수종상품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내에 발전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외국업체와 연구기관 등의 정보를 수집해 체계적인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련정보를 국내업체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차기 수종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핵심부품과 소재의 국산화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아울러 이들 품목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표준화 관련 국제협력과의 강화에도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산업발전에 장애가 되는 제도는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신기술산업의 경우 기존 제조업 기반의 제도와 정책은 사업을 전개하는 데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의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산학 공동연구 기반 혁신과 병역특례 확대 등을 통한 전문기술인력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IT분야 산업인력 유입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에도 나서야 한다.

 디지털전자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지역의 디지털기술 혁신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거점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IT전시회가 국제적인 첨단기술 경연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특히 이들 전시회에 국제 IT세미나와 교류회를 병행함으로써 한국의 IT위상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이런 수종산업 육성 지원책에 맞춰 업계에서도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업계는 국내외의 고급 기술 및 시장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동향에 늦지 않도록 투자와 연구개발에 매진해 해외 경쟁사들에 뒤지지 않는 상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단순히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 "6T를 주목하라"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환경기술(ET)·문화기술(CT)·항공우주기술(ST) 등 6T와 관련된 분야는 차기 수종상품 또는 산업을 내제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들 6T와 관련된 산업이 향후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미국은 NT와 관련해 국가나노기술전략(NNI)을 수립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도 종합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은 전국에 40개 이상의 나노기술연구센터를 설립,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BT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책사업으로 BT를 육성하고 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기업들도 기초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ET 분야에서 90년대 초 환경기술국가수출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으며 일본도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마련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CT분야도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핵심산업으로 설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6T 관련 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으로 파악하고 이의 발전대책을 다각도로 모색해 내놓고 있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6T 관련 산업을 집중 개발하기 위해 올해 1조26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또한 IT·BT·NT 등과 전통 기간산업의 접목 및 파급효과가 큰 기술개발사업에 3229억원을 별도로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의 지원책을 분야별로 보면 IT분야의 경우 세계 1위의 인터넷강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광인터넷·정보보안기술 등 인터넷관련 기반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 고성능 슈퍼컴퓨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아울러 가상현실, 테라급 나노기능소자, 환경오염처리기술 등 IT·BT·NT·ET를 융합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분야의 개척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BT 분야에서는 인간게놈연구(HGP) 완성 이후의 BT 패러다임 변화와 치열한 시장확보경쟁에 대응해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외국과 차별화된 기술개발 및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단백질체학·생물정보학 등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첨단기술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ET 분야에서는 2010년까지 차세대 핵심환경기술 개발사업과 생태계 복원, 청정생산 등 2∼3세대 선진환경기술을 선정해 개발하고 있으며 또한 대체에너지 실용화를 위해 태양관·연료전지 등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NT 분야에서는 나노전자소자, 촉매용 소재, 고밀도기록소재 등과 관련된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이를 통해 2010년까지 5대 NT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음반·만화 등 CT 분야에서는 초고속정보통신망·위성방송 등 우수한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지원하며 이를 통해 오는 2005년에는 세계 5대 문화콘텐츠강국에 올라선다는 목표이며 시장점유율도 현재의 1%에서 5%까지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들 6T와는 별도로 현재의 주력산업을 IT와 접목해 차기 수종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최소 10년 동안은 여전히 전기·전자·자동차·화학·기계·정밀기기 등 기존 산업이 성장의 주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는 6T 등 최첨단 지식산업은 주로 자본재·중간재를 개발·생산해 주요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촉발하지만 자체의 부가가치나 고용상의 비중은 아직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산업의 발전 핵심은 6T를 기반으로 한 첨단 신산업과 함께 기존 주요산업의 IT를 기반으로 한 지식집약화 및 고부가가치화에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 주력산업이 새로운 품질과 생산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부품산업의 기술 및 생산성 향상을 동반해야 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